HP-컴팩 합병 `표대결` 불가피

 휴렛패커드(HP)의 창업자 후손이자 14년간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월터 휴렛이 지난 9월 3일 발표된 HP-컴팩 합병에 대해 공공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데 이어 최근 HP-컴팩 합병을 주주간 표대결로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월터 휴렛은 28일(현지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ion)에 주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 설득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소견서를 공식 제출했다.

 만일 SEC가 이를 허락하면 HP 총 지분 중 18% 상당을 반대 세력으로 확보하고 있는 월터 휴렛은 HP 개인주주나 대형투자가(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반대 진영 세력에 동참시키기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휴렛은 소견서에서 “컴팩과의 초대형 합병은 HP의 강점인 프린터 사업을 약화시키는 반면 오히려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PC사업 강화만 불러온다”며 그동안 언급해온 합병 반대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휴렛은 소견서에서 자신이 이사로서 합병에 찬성해놓고 왜 주주로서는 반대하는지도 공개했다. 그는 이사인 그가 합병에 찬성한 이유가 순전히 HP 고문 변호사 손시니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시니는 HP 이사들의 합병 찬성 여부 투표시 휴렛에게 “당신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어차피 합병은 이루어지지만 만일 당신이 반대해 만장일치가 안돼 이사회 통과가 좌절되면 컴팩과의 합병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HP가 치러야 할 대가는 더 혹독해진다”며 “나중에라도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한편 HP는 “컴팩과의 합병은 꼭 이루어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미 당국에 이어 최근 유럽연합(EU)에도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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