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도` 무너진 용산

 국내 최대 게임유통시장인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상도(商道)가 무너지고 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구속까지 각오하고 불법을 감행하는 몰염치한 ‘상혼’이 판치고 있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정식 판권계약을 맺는 사람이 바보입니다.”

 일본 SNK의 아케이드 게임을 PC용으로 개발중인 메가엔터프라이즈의 이상민 사장은 요즘 회사일보다는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경찰서를 오고가느라 정신이 없다. 그동안 공들여 개발해온 자사의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수십만장이나 불법복제돼 용산상가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 PC게임 ‘디아블로2’를 배급하고 있는 한빛소프트도 때아닌 ‘보따리 장수’ 때문에 곤역을 치르고 있다.

 게임유통업체인 BNT가 정식 판권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채 미국 현지에서 ‘디아블로2 합본팩(본편과 확장팩을 합친 게임)’을 대량 수입, 용산시장에 헐값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용산상가에서 불법복제 게임이 판치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식으로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의 불법 복사판이 대량 유통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 ‘보따리 장수’라는 교묘한 상술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신종 비즈니스’까지 생겨났다. 시장질서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셈이다.

 피해 업체들은 즉각 형사고발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아무리 법적 대응을 강구한다 해도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 풀린 불법 게임은 게임을 만든 업주가 구속되더라도 용산 암시장을 통해 불티나게 팔린다.

 한 관계자는 “구속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 유예로 풀려나기가 일쑤여서 불법복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해선 피의자에 대한 관용주의에서 벗어나 인신구속 등 엄격한 법 적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도가 무너진 시장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마련이다. 용산시장이 바로서지 않는 한 국내 게임시장은 ‘불법천국’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단 시일 내에 불법복제를 뿌리뽑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건전한 상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문화산업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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