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화제와 이슈](22)美시장 진출

 

국내 패키지소프트웨어업체와 주변기기업체들이 미국의 전문유통점 공략해법을 찾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연말연시는 미국 컴퓨터 관련 제품의 최대 성수기. 1년 판매량 가운데 30% 이상이 연말연시에 집중된다.

 많은 패키지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 업체들이 이 시기에 맞춰 미국시장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미국시장 공략은 결코 쉽지 않다. 미국시장이 갖고 있는 엄청난 구매력과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해법은 전문 유통점 공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컴퓨터 관련 전문유통점 공략을 위한 해법을 찾아본다.

 

 ◇대박스

 패키지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의 수요층인 미국 일반소비자의 구매력은 매우 크다. 일단 미국 일반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은 제품은 그 파급력을 세계로 넓힐 수 있다. IT의 중심인 미국에서 받은 검증은 다른 나라에서도 큰 신뢰도를 준다. 결국 미국은 패키지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 업체에는 이른바 황금어장인 셈이다.

 패키지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의 판매는 주로 전문유통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즉 미국시장 진출의 최대 승부처는 전문유통업체들이다. 잉그램마이크로·컴퓨USA·오피스맥스와 같은 대형유통업체들이 미국내 IT 관련 상품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미국 전역에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이르는 대형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크게 관련 소매업체나 중소기업 등에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wholesale provider)와 미국 전역에 대형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매업체(retailers)로 나눌 수 있다.

 잉그램마이크로는 미국 최대의 IT 전문유통업체다. 유통형식은 도매 위주다. 세계 36개국 1만4000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취급하는 IT 관련 제품은 2만8000개에 이른다.

 오피스맥스와 오피스데포, 베스트바이, 그리고 컴퓨USA는 대표적인 소매업체다. 오피스맥스는 미국내에만 1000개 이상의 대형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매장의 규모는 4, 5층 정도로 마치 우리나라의 전자랜드같은 형태를 갖고 있다.

 오피스데포는 미국과 캐나다에 982개의 매장을 운영중이고 베스트바이는 미국내 400개 매장이 있다. 컴퓨USA도 같은 형태의 매장을 134개 갖고 있다.

 이들 업체는 미국의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패키지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매업체의 특성상 오프라인판매뿐만 아니라 인터넷쇼핑몰과 통신 판매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매우 크다.

 이러한 전문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힘든 절차를 거친다. 우선 구매담당자를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실제로 미국에는 구매담당자를 연결해 주는 커미셔너를 소개해 주는 커미셔너가 있을 정도다.

 구매담당자를 만나더라도 상담시간은 30분 정도가 고작이다. 컴퓨USA 구매담당자를 직접 면담한 알파비전텍의 이종훈 사장은 “만나자마자 구매담당자는 ‘30분내에 나를 설득하라’고 말했습니다. 얘기를 하자가 아니고 설득하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물론 상담과정에서 완벽한 비즈니스 영어를 아는 것은 필수다. 설익은 영어를 구사하는 인력으로는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천신만고끝에 상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혹독한 제품테스트과정이 기다린다. 단지 성능테스트뿐만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는 마케팅테스트도 포함된다. 보통 짧으면 6개월이고 길면 1년 이상의 시간을 제품테스트에 투자한다.

 

 ◇별도박스(사례)

 미국시장이 난공불락은 아니다. 날고 긴다는 국내 대형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고배를 마시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미국진출을 성공으로 이끈 업체가 있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국내 소프트웨어는 의외로 무명제품이다. 그 주인공은 정소프트(대표 한동원)가 개발한 하드디스크 보안관이다. 이 제품은 컴퓨터 데이터가 손상되면 이를 복구하는 것이다.

 현재 잉그램마이크로를 비롯해 컴퓨USA·오피스맥스·마이프라이스클럽 등 4개 업체와 제품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정소프트는 지난 99년 미국시장에 100만달러어치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출실적이 급등해 올해 수출목표액 140억원 가운데 70억원 이상을 미국시장에서 거둬들일 계획이다. 보통 전체매출 100억원을 넘기기가 힘든 것이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의 현실이라고 했을 때 미국 한군데서 거둔 정소프트의 성과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동원 사장은 “소프트웨어 수출은 제품의 성능이 좋다고 이뤄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미국시장의 환경을 이해하고 정확한 공략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돌파구로 현지인 고용을 택했습니다. 미국은 외형상 다민족국가지만 속내는 백인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일단 대화창구가 열리니 제품수출은 순조롭게 됐습니다”라고 성공비결을 밝혔다.

 또 하나 정소프트의 성공비결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정소프트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어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울지 고민한 끝에 데이터복구프로그램으로 정했다. PC데이터복구분야는 미국기업들이 미처 손을 대지 못한 분야다.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무혈입성이 가능했다.

 나모인터랙티브(대표 박흥호)의 나모웹에디터도 미국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모웹에디터는 이달부터 자스크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를 개시해 2주만에 온라인에서만 1000개가 팔리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전문유통업체의 오프라인매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나모웹에디터는 현재 세계 2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대시장인 미국 진출은 쉽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매크로미디어처럼 세계적인 업체와 정면승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모인터랙티브가 찾은 해법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는 것. 이 회사는 페인트숍프로로 유명한 자스크를 파트너로 정했다. 자스크도 어도비라는 소프트웨어업계의 거인과 힘겨운 승부를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양사는 상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홈페이지제작소프트웨어와 그래픽소프트웨어의 궁합을 인정했고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됐다.

 주변기기에서는 PC카메라 전문업체인 알파비전텍(대표 이종훈)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설립초기부터 미국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지난 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설립하고 미국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현지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사용자 성향 분석이나 현지 유통채널 조사는 물론 미국인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미국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등 완벽한 미국적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또 컴덱스같은 대규모 전시회보다는 영상장치 관련 전문전시회에 집중적으로 참가했다. 그 결과는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약 2만대의 PC카메라를 수출했다. 이 회사의 제품은 현재 컴퓨USA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종훈 사장은 “바로 오프라인매장으로 진출하려면 마케팅비용이 엄청나게 듭니다. 전문유통업체들은 매장에 제품을 진열하는 조건으로 광고 등 상당한 옵션을 요구합니다. 일단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실적을 올리고 인지도를 높인 후 오프라인매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말했다.

 

 ◇별도박스(미국시장 이렇게 공략하면 성공한다)

 PC카메라 전문업체인 알파비전텍은 중소업체로는 드물게 미국 대형유통점 공략에 성공한 회사. 3년 넘게 고군분투하며 시장진입에 성공한 알파비전텍 이종훈 사장의 경험담을 통해 미 대형유통점 공략의 해법을 들어본다.

 1. 한국식 제품에서 미국식 제품으로의 전환

 미국 마케터들은 한국제품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구성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안팔리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한국식 제품’의 문제는 그 아이디어와 구성력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점이다. 디자인이 가장 대표적인 예. 제품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박스를 예로 들자면 미국회사에는 박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제품은 박스가 조잡한 상태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2. 품질은 기본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면 품질평가가 까다로운 구매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대형도매상들은 자체평가기관을 갖추고 있고 제품구매 이전에 이 기관을 통해 1개월에서 6개월까지 자체평가기간을 거친다. 특히 제품이 망가질 때까지 박스를 떨어뜨려보거나 깨뜨려보고 부속품을 던져보는 실험까지 가혹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여기에 각 분야마다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인력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선정기준은 까다롭고 어렵다.

 3. 유능한 마케터 확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미국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능한 마케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내에서 상당한 인적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특히 그 제품과 관련된 실제 판매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각 분야에 진출할 계획을 정하고 그 분야에 맞는 세일즈랩(saleslab)들을 쉽게 확보한다. 세일즈랩은 이미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바이어들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하며 그 바이어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준다.

 4. 현지 지사는 꼭 필요하다

 미국의 큰 바이어들은 미국에 법인이 없을 경우 구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 외에 수금을 위해서도 현지 지사는 필요하다. 미국의 도매상이나 유통업체들은 계약에 준한 일정과 지급방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5. 브랜드는 생명

 미국시장에서 제품판매는 브랜드 대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똑같은 제품이 어떤 브랜드를 다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 이때문에 일찍 진출한 대만, 싱가포르 또는 캐나다 등은 공동으로 유통회사를 설립해 마치 하나의 기업이 그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유통시킨다. 이 경우 기업별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마케팅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전시회마다 큰 부스로 나가기 때문에 브랜드네임을 얻기도 쉽다. 한국도 이런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표>미국 대형유통업체 현황

 사명 유형 현황 홈페이지

 잉그램마이크로 도매업체 36개국 1만4000개 업체에 제품 공급, 2만8000개 제품 취급 http://www.ingrammicro.com

 컴퓨USA 소매업체 미국 전역에 134개 이상의 대형매장 운영, 인터넷쇼핑몰·통신판매 포함 http://www.compusa.com

 오피스맥스 소매업체 미국 전역에 1000개의 매장 운영, 인터넷쇼핑몰·통신판매 포함 http://www.officemax.com

 오피스데포 소매업체 미국과 캐나다 등에 982개 매장 운영, 인터넷쇼핑몰·통신판매 포함 http://www.officedepot.com

 베스트바이 소매업체 미국내 400개 매장 운영 http://www.bestbuy.com

 프라이스일렉트로닉스 소매업체 미국내 14개 대형매장 운영 http://www.frys.com

 타이거다이렉트 통신판매업체 4만개 물품 취급 http://www.tigerdirect.com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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