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합병 또하나의 `복병`

 

 창업자 자손과 경영진간의 갈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는 HP와 컴팩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큰 복병이 있다. 바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의 승인. 양사는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놓고 있는데 수주안에 EU에도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EU의 심사는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워 특히 EU에서 HP 등이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미국과 유럽 당국의 전폭적 승인을 받은 후에 합병을 위한 주총 날짜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당국의 스케줄상 1월말 이후에나 어떠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여 HP는 내년 2월말에서 6월말 사이에 주총 날짜를 예정하고 있다.

 미국과 EU 당국이 합병을 심사하는 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시장 경쟁 축소 여부. 즉 합병의 결과로 혹 시장경쟁이 저해돼 제품 가격 인상과 소비자의 선택 폭 축소를 불러오지 않을까에 가장 역점을 두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피오리나 HP 회장 등은 “당국이 승인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그는 “하니웰과의 합병을 비극으로 끝낸 GE의 실패를 거울 삼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미 기관투자가들에게 합병을 알리기 전에 당국의 심사에 대해 몆주일에 걸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피오리나는 “팩스로만 겨우 일주일간 준비한 GE-하니웰과 차원이 다르다”고 밝히며 “당국이 우려하는 시장점유율 향상은 PC와 로엔드 서버 분야에서만 한정되는데 이들 분야의 경우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을 뿐아니라 고객도 수백만명이나 돼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HP는 이전에 기업 인수와 관련해 FTC와 EU의 심사를 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거대한 합병 심사를 받는 것은 63년 역사상 처음이다.

 HP와 컴팩 양사는 지난 9월 25일 FTC에 합병의향서를 제출, 당국의 심사가 시작됐는데 FTC는 관련 규정에 의거해 지난 10월 25일 추가 자료를 양사에 요청, 전달받아 심사중이다. 만일 FTC가 HP-컴팩 합병이 시장 경쟁에 해롭다고 판단하면 △자산 분리 등 제재 조치 △중지 명령 △취소 등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FTC와 달리 EU 절차는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EU 조사는 일단 시작되면 중단 없이 계속되는 특징이 있는데 의향서만 제출하면 되는 FTC와 달리 정식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EU 관계자들과 접촉한 HP·컴팩 관계자들은 “EU가 미국보다 막대한 정보량을 요구해 놀랐다”고 토로했다. 양사는 FTC에도 수백만 박스의 서류를 보냈는데 EU는 이보다 훨씬 맣은 양이 될 전망이다. 합병 서류가 제출되면 EU는 30일 이내에 결정하게 된다. 이후 해당 기업이 EU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4개월간 또 한번의 조사를 한다. 합병 기업이 EU의 두번째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을 경우에는 두차례에 걸쳐 EU에서 재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까지 가면 기업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독점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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