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산 HW는 NO!"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 성공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분야가 훨씬 유망합니다.”

 며칠전 일본 도쿄에서 만난 한인 마케팅 업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IT 업체들의 활약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우리 업체가 일본에서 하드웨어로 승부하려 한다면 일본 시장 진출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의 모 전기 회사를 다니다 7년 전부터 일본에 머물며 오퍼상과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모 사장은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의 제품을 수시로 일본에 들여다 판매하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날 방문한 사무실에도 한국에서 공수해온 오디오며 컴퓨터 등 각종 가전 제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하드웨어 제품은 노(No)”라는 답변이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가전 제품들은 불량률이 보통 30∼40%에 달합니다. 대기업 제품은 그보다 덜하지만 다른 중소·벤처 업체 제품은 무려 50%에 달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는 일본 시장의 유통권을 쥐고 있는 메이저 유통 업체들이 한국산 하드웨어 제품이라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고 국내 업체들의 제품 하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매번 이같은 제품 불량률에 대해 거래 업체들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지만 그 때뿐이라며 반품돼온 제품들을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업체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최근 한국 벤처 업체에 대한 일본 시장의 시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넌지시 귀띔했다.

 일본이 하드웨어에 강한 반면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아직도 우리가 겨냥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게임 및 음향, 비디오 관련 솔루션 시장은 잔손이 많이 가는 업종도 아닌데다 최근 IT 산업의 급성장으로 소프트웨어쪽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충분히 공략해 볼 분야라는 설명이었다. 이미 대덕밸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이 일본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제품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중소·벤처 업체들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 시장을 겨냥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는 한 해외 시장 진입의 벽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품질과 기술력에서 일본 제품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도쿄=과학기술부·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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