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상파 재전송 문제

 ◆최정우 한국케이블TV 낙동방송 사장· jungw@nctv.co.kr

 최근 방송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초유의 혼란기를 맞고 있다.

 방송위는 지난달 19일 위성방송 채널 정책을 발표하면서 위성방송의 MBC·SBS의 지상파 재전송을 2년 동안 수도권 지역에 한해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인 케이블TV방송국과 각 지역 방송사들은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2년간 수도권외 지역의 재전송을 불허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지방에서 이를 수신하는 가입자에 대해 규제가 불가능한데다 무엇보다 방송위가 이번 정책에 대해 소신있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케이블TV사업자·지역방송사·위성방송의 논쟁이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소모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사업자들은 생존권을 걸고 싸우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케이블TV를 비롯한 지역방송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방송위가 애초부터 단견을 갖고 정책을 정한 것 같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13일 국회 문화관광위가 개최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방송위원회 한 관계자는 “방송위 정책을 수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문화관광위원장의 질문에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경인방송의 권역외 재전송을 경기 북부 지역에 한정한 문구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무부처가 정책안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방송위가 위성방송이 케이블TV와의 공생 방안인 SCN(Satellite Cable Network)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성방송은 당초 사업계획서에 장황하게 제시했던 케이블TV와의 공생 방안을 제쳐두고 벌써부터 예약 가입자 마케팅을 개시한 상태다.

 이는 사업 허가시 다짐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인 동시에 매체간 균형발전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신생 사업자라고는 하지만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전국 플랫폼 사업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방송사들은 광고 수익의 급격한 감소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위성방송은 아이러니하게도 ‘약자는 오히려 위성방송’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7년간 1100만여 가입자를 확보해온 유선방송사업자가 버티고 있는 유료시장에 이제 막 진입하려는 위성방송은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점은 위성방송측이 지상파를 재전송해야 하는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없이는 초기 시장 진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방송은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유치영업을 하려고 사업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는 위성방송 스스로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국 1500여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설문조사를 내세워 ‘시청자의 선택권’을 운운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위성방송은 마치 ‘위성방송에 가입하면 MBC·SBS를 절대 볼 수 없다’는 식으로 질문을 던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은 케이블TV 및 지역방송의 반발에 대해 무조건 이견을 제시하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 전국 독점사업이자 전국광역방송 매체로서의 합리적인 방송사업의 논리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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