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장비사업 진출설 `모락모락`

‘삼성이 반도체 장비사업에 뛰어드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사업 진출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업으론 성이 안찬 삼성이 이번엔 장비사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소문이다. 이미 장비업계 사장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사실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는 외국계 장비업체에까지도 첩보로 전달돼 잔뜩 긴장하고 있다.  

 ◇어떤 설이 있나=얼마 전부터 삼성은 내부적으로 반도체장비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오고 있다는 설이 장비업계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또 이 경우 수요처가 자사로 한정된다는 반론도 제기됐으나 일부 부서를 통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는 장비업체 사장이 있는가하면 장비사업을 추진중인 담당팀은 메카트로닉스센터(생기센터)라고 지명한 이도 있었다.

 장비업체 사장인 A씨는 “삼성 내부적으로 장비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자회사인 한국디엔에스에서 300㎜용 드라이 에처를 개발중인 것은 장비사업 진출설을 뒷받침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의 B사장은 “최근 모 CVD 개발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한 새 경영자는 삼성의 실세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라며 “삼성이 이미 드라이 에처와 CVD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의 입장=장비업계 경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삼성의 반도체 장비사업 진출설을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삼성 내부와 관계사들은 이를 일축했다. ‘그런 소문을 듣긴 했으나 내부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전혀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한국디엔에스의 박창현 사장은 “삼성의 장비사업 진출설을 듣긴 했지만 한국디엔에스와 한국도와, 삼성테크윈 같은 관계사를 활용하면 될텐데 직접 장비사업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며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또 “최근 주성엔지니어링 감사와 때를 같이 해 우리 회사가 드라이 에처를 개발중이라는 사실이 밖에 알려져 ‘삼성이 주성을 견제하는 한편 장비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도 나돌았으나 우리는 지난해 9월부터 개발에 들어갔기 때문에 소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삼성이 장비사업을 하면 그 장비를 과연 누구한테 팔 수 있겠으며 삼성이 이처럼 무모한 사업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생기센터는 산업용 로봇을 주로 개발하는 곳으로 반도체 장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조직”이라며 일축했다. ◇삼성이 장비사업을 할까=반론도 있다. 생기센터는 지난달 12일부터 24일까지 인력충원에 나서면서 반도체 팹(fab) 프로세스 경력자를 모집했다. 삼성의 설명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생기센터가 팹 경력자를 뽑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기존 공장자동화 설비 외에 별도로 추진하는 사항이 있어 팹 경력자가 필요했다”고 말해 일부 소문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줬다.  

 한 삼성전자 출신은 장비사업에 나설 만한 필연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이 관건이다. 몇 년 후에는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추가로 짓거나 아예 자국 공장을 옮길 것이다. 일본업체들은 팹을 중국에 이전해도 장비, 소요부품, 재료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나 국내 업체는 다르다. 이를 극복하려면 대기업이 초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비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 또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다면 어떤 방식을 취할까=만일 삼성이 반도체 장비사업에 진출한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할까. 1안으로는 삼성테크윈, 한국디엔에스, 한국도와 등의 관계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제조에 관련된 장비를 생산중이고 기술력 또한 일정수준에 올라 최단 시간에 최고의 성과물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내 중소장비업체들과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개발해온 삼성전자가 관계사를 통해 똑같은 아이템을 생산한다면 기업윤리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한국디엔에스와 한국도와에 일본 장비업체의 지분이 들어와 있는 것도 삼성으로선 꺼림직한 부분이다. 2안으로는 생기센터를 이용한 독자개발이다. 산업용 로봇분야에 상당한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여러 반도체 업체에 로봇기술을 제공해와 반도체 장비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이 역시 기업윤리 문제가 걸리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3안으로는 기존 중소업체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이 경우 윤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 창출도 가능하다. 다만 참여업체가 늘어나면 기술보안이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4안으로는 세가지 안 모두를 절충하는 방안이다. 가장 짧은 기간 안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 안의 장점만을 취해 전방위로 공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기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83년 2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대 발표를 했다. 당시 미국, 일본 등 반도체산업 선진국은 코웃음을 쳤지만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다. 공정기술에 대해 최고인 삼성전자가 만일 장비시장에 뛰어든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장비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장비업체들은 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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