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방송국(SO)과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동안 항의집회와 방송법 개정, 방송위원장 퇴진 운동 등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의 재송신 정책에 변화가 없자 극단적인 실력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국 SO를 통한 지상파방송의 재송신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체 TV 시청 가구의 80%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지상파방송을 보지 못하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케이블TV업계나 지역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들면서 이해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100%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를 볼모로 한 실력행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케이블TV와 지역 지상파방송사가 위성방송에 비해 약자일 수 있다고 해서 가입자들의 시청권을 빼앗아선 안된다.
이런 힘의 논리는 대립만을 낳을 뿐이다. 만약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경우 케이블TV와 지역방송사들은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함께 정당성도 잃고 말 것이다.
얼마 전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경기 지역의 한 SO에 프로그램 사용료 미납을 이유로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자 이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르는 가입자들로선 시청료를 다 주고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이때 SO들은 시청자를 볼모로 한 PP들의 실력행사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결국 여론의 힘에 밀린 PP들은 사용료 지급문제를 일단 보류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내보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를 보면서 케이블업계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SO와 지역 방송사들이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실력행사는 또 다른 실력행사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면 그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시청자를 볼모로 한 행동만큼은 자제해야 옳다.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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