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 원판 시장에서 선진국산 원판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다층인쇄회로기판(MLB)가 생산되기 시작한 지난 80년말부터 MLB용 원판 수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산 원판은 올들어 그 자리를 국산에게 내주고 뒷방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대만·홍콩 등 중국계 값싼 원판이 밀려들면서 국내 원판 시장경쟁 구도는 ‘선진국 대 국산’ 구도에서 ‘국산 대 중국산’으로 급격히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산 원판의 퇴조 요인=약 5000억원대에 달하고 있는 국내 MLB용 원판 시장은 지난해까지 넬코·이졸라·폴리클래드·히타치 등 선진국 업체들이 수요의 65%를 공급하고 국산은 30%, 중국·대만산이 5% 정도의 점유율을 보였다.그러나 올들어 선진국 업체들의 비중은 30%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대신 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섰으며 중국·대만산이 10%를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10년 이상 선진국 업체들이 장악해온 국내 원판 시장 구도가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보이게 된 까닭은 세트업체의 구매전략 선회, 환율인상, 값싼 중국산의 대거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중 세트업체의 구매전략 선회는 그동안 고자세 영업을 추구해온 선진국 업체의 입지를 급격히 좁히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졸라·히타치·넬코·폴리클래드 등 선진국 원판 4인방은 그동안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해왔다. 원판은 PCB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이유를 들어 외국의 주요 전자·정보통신기기업체들은 그동안 자사가 구매할 PCB에 사용될 원판의 공급 업체를 지정했다. 이같은 세트업체의 전략으로 인해 국내 PCB업체들은 값싼 국산 원판을 사용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외산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 세계 IT경기가 위축되면서 세트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트업체들은 PCB 품질만 맞으면 원판의 공급처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는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즉 ‘PCB 원판 구매처 지정’이라는 족쇄가 풀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PCB업체들은 그동안 사용을 주저해온 국산 원판을 찾기 시작한 것. 여기에다 환율마저 인상되자 국내보다 가격이 20% 정도 높은 선진국산은 당연히 퇴출될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몰리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산 원판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선진국 원판의 경쟁력 상실로 국산 원판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두산·LG화학·신성소재·한국카본 등 국내 원판업체의 희망은 다시 무너지는 분위기다.
값싼 중국산의 대거 유입 때문이다. 대만·홍콩·일본 업체와 손을 잡은 중국 PCB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원판 시장에 본격 나서 이미 10여개 중견 PCB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 PCB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대덕전자·대덕GDS·삼성전기·LG전자 등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세트업체의 ‘원판 지정 정책’이 퇴조되는 마당에 국산이든 중국산이든 품질과 가격만 맞으면 원산지를 따지지 않겠다는 PCB업체의 구매전략이 내년부터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 원판업체들은 선진국 업체와의 힘겨운 경쟁에서 승리한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또 한번 중국과 일전을 치러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전자 많이 본 뉴스
-
1
'게임체인저가 온다'…삼성전기 유리기판 시생산 임박
-
2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3
브로드컴 “인텔 칩 설계사업 인수 관심 없어”
-
4
LG전자, 연내 100인치 QNED TV 선보인다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필에너지 “원통형 배터리 업체에 46파이 와인더 공급”
-
7
라온반도체, 국산 고전압·전류 '지능형 전력 모듈' 첫 수출
-
8
램리서치,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참전…“HBM서 축적한 식각·도금 기술로 차별화”
-
9
GST, 연내 액침냉각 상용제품 출시…“고객 맞춤 대응할 것”
-
10
비에이치, 매출 신기록 행진 이어간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