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파운드리업체 전환 의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 D램 파운드리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만일 이 방침이 사실일 경우 국내 기술의 유출 문제, 헐값매각 문제로 번져 국내 반도체 산업계로부터 적잖은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입장=마이크론으로선 하이닉스와의 합병이 매우 부담스럽다. 부채 덩어리를 인수했다가 되레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또 감산과 같은 공조나 기술 제휴와 같은 단순한 전략적 제휴도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별다른 약이 되지 않는다.

　업계는 따라서 마이크론이 자금 부담을 적게 하면서도 합병의 효과를 내는 ‘비결’을 이미 발견한 것으로 본다. 바로 일부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하이닉스를 단순 생산기지로의 전환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같은 방안도 선결과제는 있다.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의 확실한 보장이다.

　마이크론이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적어도 이에 대해 모종의 언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D램 파운드리란=파운드리란 말 그대로 주문받은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것이다.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업계에서 쓰는 용어다. 이를 D램 분야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의 방침대로라면 하이닉스는 단순히 생산만 하고 글로벌한 제품 판매나 연구개발은 마이크론이 모두 맡게 된다.

　마이크론은 선두인 삼성전자와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단 하이닉스를 산하에 둔다면 일단 삼성을 누르고 1위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기존 기술을 보완하는 데 강점이 있으며 하이닉스는 신기술에 강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선진 기술을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계의 반발 가능성=마이크론의 방침이 사실일 경우 국내 반도체산업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마이크론은 사실상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하이닉스의 기술을 대거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사실 두 회사가 통합해 점유율이 상승하는 것보다는 이같은 기술 유출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양대 축으로 한 국내 산업구조가 삼성전자만 홀로 남는 구조로 바뀔 경우 가뜩이나 약화된 산학연의 국내 반도체 기술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또 만에 하나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냥 용도 폐기할 경우 국내 반도체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현재로선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추측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보수적인 기업으로 유명한 마이크론의 적극적인 대시, 어떻게라도 해서 하이닉스 덫에서 벗어나고픈 채권단, 반도체 빅딜 실패의 부담을 던져버리려는 정부의 입장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