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 인건비 빼면 남는게 없다

 ‘시스템통합(SI)업체의 적정 매출액은 어느 수준일까.’

 제조원가와 인력비용이 서로 다른 특정 업종의 적정 매출액을 산출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SI분야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원과 원가율이 업체별로 서로 비슷해 단순 계산법으로도 적정 매출액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프로젝트는 최저가입찰제를 적용하고 있어 SI업체들이 제시하는 입찰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또 주요 하드웨어나 솔루션 벤더의 제품공급 가격도 거래물량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업체별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단순 계산법의 적용=국내 SI업체가 직원 월급과 교육을 포함해 연간 회사 운영경비로 사용하는 비용은 직원 1인당 8000만∼9000만원 정도. 이는 실제 800명의 직원이 일하는 A사의 연간 직접비 및 제경비(750억원)와 4500명이 일하는 B사의 연간 회사 운영비(3500억원)를 직원수로 나눠 얻은 평균 수치다.

 그리고 일반적인 SI 프로젝트의 원가율은 대략 70∼80% 수준이다. 원가율은 SI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 및 솔루션 구입비용과 외부 용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쉽게 말해 외부 SI사업으로만 매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면 700억∼800억원 가량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1000명 가량의 직원이 근무하는 SI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가 외부 SI사업만으로 정상 운영되려면 최소한 회사 운영비(800억∼900억원)만큼은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평균 3400억원(평균운영비/1-평균원가율) 가량의 매출 수준은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적정 매출과 실제 매출의 차이=대외 SI사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SI업체에 이 계산법을 적용해 보면 실제 매출액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스템관리(SM) 등 그룹 내부 물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직원수가 많아질수록 적정 매출 수준과 실제 매출액간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실제로 단순 계산법을 이용한 적정 매출액을 기준으로 볼 때 회사가 정상 운영되려면 현재보다 50% 이상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하는 업체도 있다.

 이같은 차이는 직원수가 많은 데 따른 경제규모의 효과이거나 아니면 특정 분야 사업의 낮은 원가율이 주요 원인이다. 낮은 원가율, 즉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분야는 벤처투자나 컨설팅과 같은 고수익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I전문가들은 “대외 SI프로젝트 원가율과 회사 운영비가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결국 남은 변수는 그룹 내부 사업의 원가율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그룹 내부 SM사업의 수익률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내 SI업체가 현재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대외 SI사업 비중을 높이려면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해 매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니면 SM사업처럼 수익성이 높은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SI시장에 만연한 과당경쟁과 저가입찰 관행도 이같은 구조적인 모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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