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사와 총판

 지사와 총판의 관계인 볼랜드코리아와 인프라이즈의 갈등이 끝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본지 19일자 9면 참조

 양사의 주장이야 각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시비는 가려지겠지만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가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멀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연인사이·부부사이에 가장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사와 총판 사이는 가장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인 만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또 운명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상호이익이 완전히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소한 충돌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같은 갈등을 제때 매듭짓지 못하면 불신이 커지게 되고 마침내 극단적이고 외부적인 수단을 통해 문제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도 총판과의 의견차이가 본사와의 갈등으로 번져 모 업체 지사장이 사임하는 사례가 생겨났으며 총판과 지사는 아니지만 이전 총판과 현재 지사역할을 하는 총판 사이에 생긴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확대된 경우도 있다. 그 만큼 충돌의 소지가 많은 것이 지사와 총판의 관계인 것이다.

 지사는 다양한 총판을 두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관리하고 싶어하고 총판은 독점권을 얻어 전체 비즈니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총판은 ‘우리가 어떻게 저 제품을 키웠는데’라며 보상받기를 원하고 지사는 ‘이 제품으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됐지 더 이상 뭘’이라며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별 문제없이 매끄럽게 지내고 있는 지사·총판관계도 많지만 아무리 사이좋은 관계일지라도 이같은 갈등은 한번쯤 겪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총판을 통해 국내 시장에 간접 진출한 다음 몇 년 후 직접 진출한 지사의 경우에는 총판과 갈등의 소지가 더욱 많다. 총판이 이미 시장기반을 확고하게 닦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많은 기득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사와 총판관계에 있어 별다른 해법은 없다. 그저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어떤 지점에 문제가 생겼는지 서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하면서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갈등을 안고 사는 것보다 싸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라. 단 고객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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