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생존의 지름길은 `글로벌 스탠더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부사장

 

 최근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해외 투자를 위한 지사를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 벤처 거품이 걷히자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일부 해외 벤처캐피털들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2차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80년대 초반 한국에 벤처캐피털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고 IMF 이후 벤처 열풍이 불면서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아직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해외 벤처캐피털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해외 벤처캐피털들의 국내 벤처투자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갖추고 국제 경쟁력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선 글로벌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국내 벤처투자 관련 규정의 정비가 시급하다. 지난달 정부는 보유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로크업(lock up)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벤처캐피털과 기관투자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크업제도는 코스닥 시장에서만 시행되며 공적인 규제로 일부 주주에게만 적용된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시장을 비롯한 기타 거래소시장 모두 적용되며 사적 계약에 의한 모든 사모주주, 모든 내부인에게 적용된다. 법적 제도를 통한 강제보다는 투자기관과 벤처기업가 모두의 성숙한 자세를 요구하는 제도인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자본금 100억원이 넘어야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있는 ‘최소 자본금’ 제도가 있다. 물론 이 제도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을 단기간에 활성화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만든 제도기는 하지만 벤처투자는 자본금보다는 펀드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각각의 벤처캐피털사의 내부로 들어가 보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내 벤처캐피털사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투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국내 벤처캐피털도 회사운영, 인력관리, 포트폴리오관리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투자자산에 대한 보호를 위해 계약시 긴 분량의 상세하고 투명한 투자계약 조건을 명시한 우선주를 통해 계약서를 교환해야 한다. 비록 조건이 까다롭고 협상시 많은 시간이 소요되긴 하지만 이러한 계약과정을 통해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바람직한 관계 및 파트너십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포트폴리오의 철저한 사후관리 및 지원을 위한 제도 또한 운영하고 있다. 투자가 결정되면 담당 파트너는 포트폴리오사 이사회의 일원이 된다. 담당 파트너는 거의 월 1회로 운영되는 정기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포트폴리오사의 경영진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마케팅, 해외시장 진출, 추가 투자자 유치 등에 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이들 파트너는 담당 포트폴리오사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등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

 앞으로 한국 벤처투자시장은 국내외 벤처캐피털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다. ‘위기를 곧 기회’로 생각하는 외국계 벤처캐피털사들의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국내외 벤처캐피털사들의 경쟁 속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강한 자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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