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산학연계가 필수적이다.’
캠퍼스의 가을빛이 깊어가고 매일 아침마다 나무들의 모습이 야위어가면서 겨울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학은 겨울이 올 때마다 한 그룹의 졸업생들을 사회로 배출한다. 실기실의 밤도 음산한 늦가을 바람 속에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겨울은 더욱 힘들 듯하다. 언론과 산업통계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산업이 미래 지향적인 산업이며 IT산업과 CT산업을 어우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산업이라고 비춰지고 있지만 실제로 전공 대학생들에게는 그러한 가능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지방 대학 학생은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한다.
1990년 공주전문대학(현 공주대학교 영상보건대학)에 ‘만화예술과’가 신설되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학교육의 시도가 본격화됐다. 처음 학과를 개설했을 때, 과연 이러한 전공도 대학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현했고 개설한 대학에서까지 내부로부터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국으로부터 만화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4년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만화를 마음껏 공부하기 위해 만화예술과를 지망했다. 이 학과로 인해 공주전문대학은 언론에 집중홍보돼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결국 4년제 대학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후 95년 청강문화산업대학 등 2년제 5개 대학이 만화예술과 및 애니메이션과를 신설했고, 96년 세종대학교를 중심으로 4년제 3개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신설했다. 그리고 2001년 11월 현재 전국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과가 60여개가 넘게 개설돼 있으며 재학생 수도 전국 1만명,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수도 동일전공에 2500명 이상이다. 석박사과정이 개설된 대학원도 5개 학교에 200여명이 된다. 어떻게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전공과 학과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산업 정책에 있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화기술(CT)적 가능성만을 정책적 대안으로 모색하게 되면 여론은 한 문화장르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한 환상은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을 가져오게 되고 공식적, 비공식적 교육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된다. 결국 그러한 교육시스템의 지속적인 가동과 전문인력의 배출은 산업계의 프로젝트 활성화로 연계돼 전반적인 산업의 확대발전을 가져와야 되는 것이 성공적인 정책모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학교육의 모델은 전문인력의 배출까지는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의 전반적인 자본조달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의 활성화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전문인력의 유효한 아이디어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의 전문인력과 업계의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기획단계에서 접목될 수 있는 산학연계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공 대학생들은 공식적인 대학교육에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프로젝트의 수행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
1
켐트로닉스, 반도체 유리기판·웨이퍼 재생 시동…“인수한 제이쓰리와 시너지 창출”
-
2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3
“美 트럼프 행정부, TSMC에 '인텔과 협업' 압박”
-
4
온순한 혹등고래가 사람을 통째로 삼킨 사연 [숏폼]
-
5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日 동물원, 남자 혼자 입장 금지한 까닭
-
6
트럼프 취임 후 첫 한미 장관급 회담..韓은 관세·美는 조선·에너지 협력 요청
-
7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8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요람…바이오판 '반도체 아카데미' 문 연다
-
9
아모레퍼시픽, 'CES 화제' 뷰티 기기 내달 출시…“신제품 출시·글로벌 판매 채널 확대”
-
10
“시조새보다 2000만년 빨라”… 中서 쥐라기시대 화석 발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