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29)문화산업 인력 현황 및 과제

 ‘풍요 속 빈곤.’

 국내 문화산업계 관계자들은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문화산업이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수많은 인력이 이 분야로 몰리고 있으나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장’은 아주 미진한 상태다.

 게임산업의 경우 최근 몇년간 교육기관이 폭발적으로 늘어 대학 및 사설학원을 합쳐 100여개에 달한다.

 애니메이션이나 방송·영상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별 전공을 개설한 대학 교육기관이 전문대를 포함, 적게는 20여개에서 많게는 120여개를 상회하고 있다. 사설 교육기관까지 합치면 1000여개에 육박하는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해 동안 문화산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전문인력은 10만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수인력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산업의 경우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예술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가 병존하는 영역이다. 때문에 전문지식뿐 아니라 고도의 감수성까지 겸비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문화상품은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인력의 자질이나 역량문제는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매년 전문교육기관을 거친 신입인력을 받아도 별도의 재교육을 위해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소요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 문화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사업고도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반면 정부나 교육현장의 대응은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그래픽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방송은 디지털 방송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이 급류를 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전문가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문화산업 인력이 ‘풍요속 빈곤’ 상황에 직면한 이유에는 우선 전문인 교육기관의 역사가 너무 짧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교육기관이 수천개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교육기관은 불과 2∼3년전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속속 설립됐다. 때문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커리큘럼이나 교수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내실을 다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교수인력 부족은 ‘인력의 하향 평준화’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 국내 문화산업 인력면을 살펴보면 영상·출판·게임 등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석사급 인력도 태부족한 상황이다. 표참조

 자질 있는 전문가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기관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공과 무관한 교수인력이 교육현장에 투입된 경우가 다반사다.

 또 정부의 일단 교육기관만 늘리고 보자는 단기적인 정책 입안은 ‘학력저하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관련 업체들의 인력관리 능력이 크게 부족하고 재교육 시스템이 거의 없는 것도 고급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문화산업의 인력양성 체계는 하루빨리 질적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를 중심으로 인력양성 지원이 장기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만약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급인력 부족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정부는 게임아카데미,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 문화산업 관련 공공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고급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대학이나 사설학원의 교육환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수준높은 커리큘럼 및 교수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또 대학 및 업계의 교육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예컨대 해외 유명 게임디자이너나 애니메이션 제작자 등을 초청, 일선 현장에 강사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대학도 단순히 인력을 배출한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소수라도 탁월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상아탑’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게임종합지원센터 성제환 소장은 “대학들은 백화점식 교육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주력 분야에 기자재 및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면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대학과 업체들간 산발적으로 진행된 산·학협동 역시 보다 체계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업체들은 젊은 인력의 참신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얻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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