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삼성전자, PC경기 회복 팔걷었다

 D램 현물 거래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반도체시장의 선두주자 인텔과 삼성전자가 PC경기 회복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인텔은 ‘펜티엄4’의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수급량 조절로 연말께는 ‘펜티엄4’를 고성능 PC의 주력모델로 완전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며 삼성전자는 램버스 D램을 주창하던 당초 계획에서 선회, DDR SD램을 주력 메모리로 급부상시켜 100만원대 미만의 펜티엄4 PC 확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양사는 이같은 노력을 기반으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점으로 내년 1분기까지 성수기를 통해 탈불황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펜티엄2’가 주류를 이루는 PC 교체수요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사의 인위적인 가격 및 물량 조절이 정보기술(IT)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DDR SD램 펜티엄4 부밍업=인텔은 당초 램버스 D램을 지원하기로 한 ‘펜티엄4’의 메모리 전략을 지난 9월 SD램으로 바꿨다. 또 내년초 출시하기로 한 DDR SD램용 펜티엄4 칩세트 i845-D를 이르면 이달말부터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범용 SD램과 램버스 D램의 생산비중을 각각 연말께 55%, 20%로 줄이는 대신, 지난 8월까지만도 5%에 불과했던 DDR SD램 비중을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위적인 물량 및 가격조절=인텔은 최근 펜티엄4 가격을 최고 29%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펜티엄4 출시 이후 두달에 한번꼴로 수십%씩 가격을 인하해온 인텔은 내년 1월에도 한차례 더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펜티엄4는 용산상가는 물론, 아시아지역 현물시장에서도 물량이 크게 달리고 있어 실제 거래가는 인텔의 공급가보다 높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인텔은 최근 본사 차원에서 수급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품목인 1.5∼2.0㎓급의 펜티엄4는 내년초까지 재고가 거의 없어 원활한 공급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인텔이 이를 계기로 가격유지가 가능한 대형 PC업체들을 대상으로 물량을 늘리는 대신, 현물시장의 공급량은 줄이는 쪽으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고정거래선인 대형 PC업체들에 D램 공급가격 인상을 유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가격에 현물인상가를 반영해달라는 뜻을 PC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충수냐 돌파구냐=양사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증권시장 분석가나 업계 전문가들은 “수요가 전제되지 않은 인위적인 부밍업은 시장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D램 및 CPU의 현물가 인상도 수요회복이 아니라 유통업체들의 물량 및 가격조절이라는 것. 이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의 발목을 옭아매는 좌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업계 한 관계자는 “D램과 CPU 가격의 현물가 인상은 수요회복의 전단계”라며 “이를 유도하는 것이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마련하는 돌파구가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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