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스마트카드 생산라인에 먼지만 푹푹 쌓인다

 공기업의 스마트카드 생산설비가 수년째 먼지만 쌓이고 있다. 지금은 무기한 연기된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겨냥, 한국조폐공사와 대한매일(당시 서울신문사)이 지난 96년부터 도입한 스마트카드 생산라인들이 몇년째 단순 플라스틱카드 생산에만 머물러 제 몫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신 스마트카드 제조설비와 발급장비를 모두 갖출 경우, 한 생산라인당 35억원에 육박해 그동안 이들 공기업의 유휴장비 비용부담만도 최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특성상 몇년 전 도입한 스마트카드 장비들은 신형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기능향상이 불가피해 앞으로 이에 따른 추가비용도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조폐공사(대표 유인학 http://www.komsep.com)는 지난 97년 독일업체로부터 임대한 스마트카드 제조설비 1개 라인을 지난해 반납한 대신 올해 35억원을 들여 신형 제조라인을 부여창에 구축중이다. 또 97년 미국 데이터카드사의 발급장비 5대를 도입한데 이어 98년 말 2대를 주민카드 제작용으로 추가 도입했고, 올해는 1대를 콤비카드 발급장비로 기능향상시키면서 경기도 분당에 발급센터를 확대 구축중이다.

 칩 실장·정합·열합착·펀칭 등을 일괄처리하는 제조설비의 경우 27억여원, 데이터입력(인코딩)·엠보싱 등의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발급장비는 8억원에 달해 조폐공사의 스마트카드 투자비용은 최소 6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생산설비가 그동안 스마트카드 제작에는 단 한번도 사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폐공사는 전자화폐·제휴카드 등 스마트카드 시장이 본격 개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근 몬덱스 전자화폐 발급인증을 획득하고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현재 5대의 발급장비 가운데 4대는 추가 투자를 통해 기능향상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조폐공사는 카드 생산팀을 부여와 분당으로 나눠 별도 독립채산제 형태로 분리한 상태다.

 카드사업부를 지난 99년 KDN스마텍(대표 정원영 http://www.kdnsmartec.co.kr)으로 분사한 대한매일도 접촉식 스마트카드용 제조장비 1대를 지난 96년부터 도입했다. 이어 올 6월에는 신형 콤비카드용 일괄제조라인, 8월에는 콤비카드용 발급장비를 추가로 들여왔지만 지금까지 생산 실적은 비접촉식(RF) 교통카드에만 머무르고 있다. KDN스마텍 관계자는 “그동안 설비투자 비용은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실태를 놓고 주위에서는 전자주민카드사업 등 대형 국책과제의 일관성 부재와 함께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관행을 꼬집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기업들의 잘못된 투자는 결국 국가예산의 낭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년 전쯤 전자주민카드 사업 실패를 감사한 적이 있지만 특정 기업만을 놓고 구체적인 실사를 한 기억은 없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별도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카드는 생산한 적이 없지만 결코 장비를 놀리지는 않았다”면서 “올해만도 주민증이나 장애인카드 등 기타 용도로 적극 활용중”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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