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씁씁할 휴대폰 값 고지서

 매달 받는 이동통신 이용요금 고지서지만 요즘은 유달리 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지난 3월 당시 30만원에 가까운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단말기 대금을 1년 할부로 결재해 지금도 매달 2만원 가량 휴대폰 대금이 이용요금에 부가돼 청구되고 있다. 씁쓸한 것은 최근 매장에 나가보면 아직도 할부금을 내고 있는 같은 기종의 단말기가 1만원에 팔리며 어떤 때는 공짜로도 나눠주기 때문이다. ‘조금 더 기다렸다 바꿀걸’ 하는 후회가 끊이질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단말기 가격을 점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한두푼도 아닌 단말기가격이 한달이 다르게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러다보니 짧은 기간에 같은 기종을 구입하고도 엄청난 가격차에 소비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어찌됐던 싸게 살 수 있으면 소비자는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공짜단말기를 샀다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과연 밑지고 장사할 이동통신 대리점이 있을까. 공짜에 따르는 반대급부가 있기 마련이다.

 공짜단말기를 뿌려 매출을 올린 대리점에는 그에 따른 이동통신사의 포상이 주어지고 이동통신사는 그 포상만큼의 대가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이 이동통신대리점 사장들의 설명이다. 신규가입에 따른 갖가지 불리한 요금이나 부가서비스 의무조항을 잘 살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단말기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휴대폰이 사용상 문제는 전혀 없지만 공짜라면 새 것으로 바꾸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단돈 만원이라면 휴대폰을 안쓰시는 부모님에게 부담 없이 하나 사드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는 결국 한정된 신규고객을 놓고 이동통신사끼리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틈에서 소비자는 멀쩡한 단말기를 내팽개치며 통신사들의 잇속 채우기에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단말기 가격이 무너졌다. 이 시점에서 가격이 다시 오를 때를 생각하며 단말기 교체를 고려한다면 과연 한심한 생각일까.

 

 

 <생활전자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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