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와 IT협력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양국의 IT산업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 IT기업간 협력은 기술개발인력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사업에서부터 기술교류 및 제품판매, 그리고 합작사업을 통한 글로벌 시장진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등 윈윈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경우 양국의 IT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미국이 움켜쥐고 있는 세계 IT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단순 인력공급이나 IT개발 용역 수주에 그치던 양국의 IT업체간 협력사업이 이처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서로의 이해가 합치됐기 때문이다. 아웃소싱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도의 IT기업과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IT기업들은 모바일과 무선통신 관련 기술이 월등하고 휴대폰·방송장비·반도체 등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인도의 IT기업들은 데이터 프로세싱·콜센터 솔루션·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고성능 CAD/CAM 디자인 등에서 엄청난 맨파워를 갖고 있다. 따라서 양국 기업의 장점이 제대로 접목될 경우 국제 경쟁력을 갖춘 IT상품 개발은 물론 글로벌 마케팅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엄청난 시장 규모다. 인도 최상층의 5000만명은 선진국 수준의 구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연간 소득 1만달러 이상의 중산층도 2억명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10억 인구가 쓰는 언어가 7백가지를 웃돌고,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불교·기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정도로 앞선 과학기술력을 자랑하나 아직 명상에 잠긴 수도자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등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시장진출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도와의 IT협력이 기대와는 달리 직접투자나 하청을 통한 현지에서의 SW 개발, 국내 개발자 양성을 위한 위탁교육 등에 그칠 수도 있다. 또 기대를 걸고 있는 하드웨어 판매도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없는 벤처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빈부격차로 인해 PC보급률이 1000명당 3.6대(미국은 362대)에 불과하고, 이 중 10%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전국민의 정보화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인 IT협력기금을 설치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특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수출을 성사시키고, 인도의 통신인프라 확장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어찌됐든 하청에 의존해온 인도 IT기업의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직면한 IT산업 불황을 타개하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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