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28)핵심두뇌 `가뭄`..전문인력을 키우자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온통 난리다. 대졸 예정자와 졸업자들이 너도나도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으나 정작 IT기업들은 신입직원 채용에 인색하기만 하다.

 IT기업들은 신입직원을 채용하기보다는 자바, 비주얼 베이직,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전자상거래 등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경력자나 시스템 엔지니어를 뽑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신입직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노동부, 정통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각 부처도 재직자나 실업자 대상의 민간 IT전문 교육과정을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정작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IT인력 교육과정은 절대 부족하다는 게 IT업계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상황에선 IT업체들의 공교육에 관한 불신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IT인력 수급문제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계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연간 3만명씩 약 14만명이 부족한데 특히 석·박사급의 경우 1만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석·박사급 인력이 1만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치에 대해 산업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과연 대학에서 배출하는 석·박사급 인력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 진정 필요로 하는 인력이 얼마나 되겠는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풍요속의 빈곤’ ’구직난속의 구인난’ 최근 IT인력문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이렇게 냉정하기만 하다. 핵심 IT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해외 우수인력 수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골드카드제를 도입하고 국제공인자격증(IRC) 교육과정 지원방안 등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와 정책 당국자의 딜레마다.

 최근 정보산업연합회가 노동부, 정통부, 산자부 등의 IT교육과정을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급 IT인력보다는 단기 IT인력 양성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물론 단기 IT교육과정도 중요하지만 현재 업계가 요구하는 IT인력은 단순한 웹마스터나 인터넷 홈페이지 설계 정도의 기능인은 아닌 듯하다. 부처별 IT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노동부의 경우 실업자 재취직훈련(1449개 과정)은 3개월 미만 과정이 39개, 3개월 이상∼6개월 미만은 585개, 6개월 이상과정은 825개로 조사됐으며 재직자교육(1174개 과정)은 3개월 미만이 1095개, 3개월 이상∼6개월 미만은 78개, 6개월 이상 과정은 1개로 나타났다.

 산자부와 정통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정통부의 경우 6개월 이상의 교육과정이 전체 522개 가운데 35개에 불과하며 산자부는 전체 370개 과정 중 6개월 이상이 20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단기 교육과정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IT교육의 연속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기다 정부 각 부처가 너도나도 IT교육과정에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IT교육기관이 난립하거나 IT교육생을 모집하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의 IT인력 양성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더 이상 IT인력의 수급문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고 있다. 정확한 IT인력 수급모델을 만들어 IT인력 양성 인프라를 갖춰야만 IT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학교육의 정상화방안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공교육 또는 대학교육을 종전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우선 IT분야 산학연 협동 활성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정보화촉진기금 중 일정액을 IT 산학연 협동 지원금으로 할당하거나 국책기술개발과제 선정시 산학연 협동 컨소시엄을 우대하는 조치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인턴십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해야 한다.그동안 산발적으로 일부 대학에서 산업체와 제휴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제도화해 대학 재학생들이 IT관련 기업에서 실시하는 6개월∼1년의 인턴십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정부가 훈련비 등을 보조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교수진의 현장경험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IT관련학과 교수와 산업체 전문가간 교환 근무, 산업계 등 IT전문가의 겸임·객원교수 임용 활성화, 실업계 교사의 산업체 현장 연수기회 제공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과정을 개편, 기존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 학생들에 대한 IT교육기회 확대도 검토과제 중 하나다.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IT 비전공자들도 의무적으로 IT관련 학점을 취득하도록 학점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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