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업체들 한국기업 `파트너` 왜 찾나

 최근들어 인도 IT업체들이 한국기업과의 협력사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은 점점 치열해지는 내수시장, 아웃소싱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넓은 시장에서 글로벌한 활동을 벌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인도 IT업체의 살길 찾기=이번 인도 기업의 한국 협력사 찾기는 인도 IT기업의 위상과 전략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동안 인도는 미국, 유럽 등의 선진 IT기업들이 발주하는 IT개발 용역사업으로 고도성장을 이뤄왔다. 전체 인도 기업의 80% 이상이 ‘IT 하청개발’로 먹고 살고 있으며 인도 산업구조 역시 IT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인도 기업 및 인력도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7만∼8만달러의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인도 인력 임금이 2만∼3만달러대로 폭락하는가 하면 그나마도 자리를 구하지 못해 인도로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에서 오프쇼어(직접 가지 않고 인도 현지에서 온라인을 통해 개발하는 방식)로 개발용역을 대행해온 업체 역시 일감이 줄어들고 단가가 낮아지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IT개발 하청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존 인도 IT산업의 한계와 취약점이 경기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70∼80년대 일본 만화산업의 하청기업으로 성장해온 한국 만화산업의 취약했던 구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때문에 인도 내에서는 임금이 저렴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가 무엇 때문에 미국의 하청 역할을 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 협력사 찾기는 인도 기업의 ‘제 살길 찾기’ 성격이 강하다. 즉 남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스스로의 강점을 십분 살려 독자적인 성장을 이루고 독립적인 산업기반을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왜 한국기업인가=그러나 이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인도 IT기업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적인 사업을 벌여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업방향을 급속히 전환할 경우에는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초기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전수해줄 수 있는 파트너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IT기업의 경우는 사업 각 부분에 소싱체계가 다 갖춰져 있어 인도 기업이 협력사업을 통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다. 따라서 인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휴할 만한 파트너사로 지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신흥 IT국가의 IT기업이 유력한 셈이다.

 인도 IT아웃소싱 전문업체인 비티엔 김응기 사장은 “인도 내수시장에서 자국 기업간 IT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면서 많은 인도 업체들이 외부 기업과의 제휴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LG, 삼성 등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에다 최근 양국 정부간 협력까지 본격화되면서 한국기업의 잠재성에 주목하는 인도 업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모바일, 무선통신 등의 기술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협력을 원하는 기업이 많으며 협력수준 또한 단순제휴에서부터 합작사업 추진, 제품 상호 아웃소싱 등 다양하다.

 ◇국내 기업에도 도움 된다=이같은 인도 업체의 움직임은 한국기업에도 다양한 사업기회 및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지난 10년 동안에는 인도 기업 역시 남부러울 것 없이 성장해왔고 각국 기업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과 제휴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콧대’가 높아 제휴조건이 까다로웠지만 현재로서는 인도 기업의 위상이 낮아진 만큼 국내 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들도 인도 업체들이 갖고 있는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 및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차기 사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자력으로만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했지만 인도 기업이 갖고 있는 좋은 조건들을 감안해 사업을 구상한다면 보다 풍부한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도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각자의 장점을 결합할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T상품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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