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 산업은 정부의 정보화 프로젝트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PC방의 대중화와 맞물려 98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했다. 각 가정과 기업의 PC는 초고속통신망으로 연결돼 정보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게 됐고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초강국이라는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러나 근래들어 PC 제조업체들은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 경기의 침체와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PC산업은 내일을 점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용체계인 윈도XP는 이러한 국내 PC업계의 불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의 운용체계에 비해 수십배나 강화된 안정성과 간편해진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PC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사용하기 편해졌고 디지털 음악이나 디지털 사진을 다루기도 무척 쉬워졌다.
PC는 이제 단순히 문서나 표를 작성하는 비즈니스 툴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즐거움과 경험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툴로 진화하고 있다. 윈도XP에는 이러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윈도XP의 등장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차세대 운용체계라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는 근래에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IT 산업 전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 PC산업의 불황이 국내 경기침체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PC산업의 불황타개는 국내산업 전반에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윈도XP를 매개로 하여 PC 제조업체, 반도체업체, 유통업체 등 PC 관련 기업들의 제휴와 연대가 급증하고 있다. 고기능의 부품과 윈도XP라는 새로운 운용체계가 합쳐진다면 사용자들에게 보다 높은 차원의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며 PC 제조업체는 신규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PC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두번째 PC를 놓고 또 한번 치열한 경쟁과 전략적 제휴를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윈도XP의 다양한 기능과 의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용자가 직접 인증을 받아야 PC가 작동하게 되는 방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고 있다. 물론 새로운 인증제도의 도입은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과 정품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 IT 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은 만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사용자 인증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관리해야 하며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소병우 엠에스테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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