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광장비업체 `시름`

 내년 국내 노광(리소그래피)장비 시장이 올해보다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에이에스엠엘·니콘프레시전·캐논 등 노광장비업체들은 공정 미세화에 힘입어 내년부터 차세대 스캐너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소자업체들의 투자 축소와 기존 기술의 보완으로 신장비 판매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억달러 규모였던 국내 노광장비시장은 올해 3억달러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2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노광장비업체들은 올해 미세공정기술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0.10미크론 이하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양산용 스캐너를 잇따라 출시했다. 에이에스엠엘은 193㎚ 파장의 ArF 광원을 내장한 ‘PAS5500/1100’을 출시했으며 니콘프레시전은 지난 8월부터 ArF 스캐너 ‘NSR-S305B’의 양산에 착수, 국내 소자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급을 타진해왔다.

 그런데 국내 소자업체들은 대당 100억원을 호가하는 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현 시황에서 부담스러운데다 미세공정 프로젝트를 기존 불화크립톤(KrF) 스캐너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신장비 구매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전체 반도체 공정의 대부분을 0.15미크론으로 미세화한 삼성전자는 내년말까지 0.12미크론 공정의 비율을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나 ArF 스캐너를 당분간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 KrF 스캐너로 0.13미크론은 물론 0.12미크론 이하 공정까지 미세화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1년 정도 신장비 도입 없이 공정 미세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KrF 스캐너보다 구형장비인 스테퍼를 주력 노광장비로 활용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신규장비 도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장비의 성능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0.18미크론 공정이 한계인 스테퍼를 이용해 공정을 0.15미크론까지 낮출 수 있는 블루칩 기술을 개발, 이천·청주 등 4개 FAB에 적용했다. 또 내년중 스테퍼로 0.14미크론 이하의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스캐너 도입시기를 최대한 늦출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소자업체들이 차세대 스캐너 장비 도입을 배제하자 노광장비 업계는 200㎜ 장비 외에 장비의 대당 가격이 1.5배 정도인 300㎜ 웨이퍼용 장비 판매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노광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내년 반도체 시황은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국내 주요 소자업체들이 노광장비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당분간 침체국면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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