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중국 `WTO 가입 이후`](2)막강한 화교자본

 ‘3조달러.’

 전세계 화교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의 추정치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 경제규모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1000대 기업 중 517개를 화교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만을 비롯해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사장회사 시가총액대비 60∼80%를 화교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의 재벌기업 대부분을 화교들이 차지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막대한 화교자본이 급속히 중국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화교들은 중화민족이라는 민족적 뿌리를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공감대와 함께 ‘밖에 나서면 아버지도 경쟁자’라는 철저한 장사꾼 기질로 뭉쳐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전세계 화교자본이 본격적으로 중국 본토에 집중되는 것은 단순한 고향땅 살리기 차원이 아닌 ‘21세기 최대 특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도 믿기 어려운 서방 자본보다는 하나로 뭉쳐진 화교자본을 선진국화의 발판으로 삼기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내 외국직접투자(FDI) 중 화교자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화교자본과 중국 정부의 손잡기는 지난 90년 조직된 ‘세계화상대회’를 통해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화교기업인 5000명이 모인 ‘제6차 세계화상대회’에서 주룽지 총리가 중국 발전의 밑바탕에는 세계 화상들이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교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중국 정부의 화교자본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냈다. 중국은 특히 WTO 가입으로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조치가 해제될 것에 대비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끌어들이는 데 화교자본을 앞세워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 막강한 자본이라는 총알로 무장한 화교들로 ‘화상 네트워크’를 구축, 전세계를 중화경제권으로 점령하기 위한 ‘무역전쟁’에 나설 준비를 끝낸 셈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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