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벤처열풍이 남긴 상처도 적지 않았지만 벤처경영의 뿌리를 이루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밀레니엄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된 점은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능력과 아이디어로 기존의 가치체계에 도전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기업가정신이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비전(vision)의 문제다.
창업의 대부분을 이루는 생계형 사업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벤처 비즈니스라면 명확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한 기업의 특유한 기업문화와 지속적인 경쟁력은 이 비전에서 창출되는 것이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력과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비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J. 포라스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Built to Last’에서 포천500 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창업 당시부터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시장가치를 비교해 보면 열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고 했다.
둘째, 투명성(transparency)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 즉 신뢰성은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지만 특히 벤처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허물어뜨리고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사업가로 성공한 암벡스사의 이종문 회장은 한국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 벤처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춰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 이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변화(change)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환경은 새로운 대응전략을 요구한다. 특히 벤처기업은 변화와 혁신(innovation)의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변화에도 전략(strategy)이 있어야 한다.
국내기업을 해외투자기관이나 전문가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전략이 없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할 비용절감, 유동성 확보 등 소극적인 대응을 전략적인 변화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자신의 비전과 핵심역량에 바탕을 두지 않은 채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변화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변에서 여러 벤처기업이 초기의 사업모델과 주특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방황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경제의 어려움이 다시 해를 넘길 전망이다.
올초만 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풀릴 것을 기대했지만 단지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IMF가 닥치던 지난 97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동토(凍土)의 한가운데서 겨울을 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길가의 보잘 것 없는 나무들도 계절의 그 끄트머리를 돌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이미 시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쟁과 테러의 와중에도 꽃들은 피고 짐에 쉼이 없지 않은가.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