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 IT경기 `적신호`

 미국 통신서비스 업계에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통신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돼 미 하이테크 산업계의 회복 속도도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경제신문은 AT&T·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SBC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2002년도 설비투자를 올해 대비 20∼30%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버라이존·스프린트·AT&T와이어리스 등은 일부 사업의 축소 또는 정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는 기업의 정보화 투자 의욕 저하로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데이터통신용 기기 시황 등의 악화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미국 하이테크 경기의 회복을 한층 더 늦춰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AT&T는 내년도 설비투자를 연초 계획인 85억∼90억달러에 비해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 7∼9월 매출액이 작년동기 대비 8%나 감소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된데다 내년에도 가정용 통신이 30% 가까이 떨어지는 실적 하락이 예상돼 투자를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용절감을 겨냥해 연내 감원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마련, 공표할 계획이다.

 퀘스트는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당초보다 30% 줄어든 55억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지역 통신사업자인 SBC도 2002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20% 줄이고, 수천명의 인력을 해고할 계획이다.

 투자 감축과 함께 설비·사업 정리 등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버이이존은 앨라배마와 미주리 2개 주에 보유하고 있는 전화교환 설비를 20억달러에 매각키로 했다.

 스프린트는 데이터와 음성을 한 개의 전화회선으로 처리하는 다중전송 서비스 사업에서 연내 철수하고, 전체 인력의 7%에 상당하는 6000명을 삭감키로 했다. 이로 인해 20억달러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

 휴대폰 사업자 AT&T와이어리스도 무선으로 기업 등에 고속통신을 제공하는 고정무선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13억달러의 손실이 전망된다.

 한편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감소로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실적 악화에 대응해 연초 10만6000명 정도였던 인력을 내년 3월 말까지 6만명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메릴린치는 최근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하고, 기업의 설비 투자가 2002년 하반기 이후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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