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와 비정보기술주간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사태 이후 폭락을 주도했던 IT주가 10월 이후 주가를 만회하면서 비IT주에 내줬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실적부진으로 고전했던 IT주가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을 주가에 선반영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강현철 SK증권 연구원은 “‘10월 중반부터 내년 중반이후 IT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IT주 바닥’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IT 실적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주 중심으로 이어지던 기술주 랠리가 휴맥스, 삼성SDI, LG전자 등 업종 대표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지난주말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131억원, 35억원을 순매수하며 새로운 투자세력으로 떠오른 기관들이 IT주를 중심으로 사들인 것도 첨단기술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10월 한달동안 증시상승기에도 1조원 가량을 매도했던 기관들이 매수로 돌아선 것은 의미있는 신호”라며 “이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 IT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증시에도 IT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발생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지난 10월 한달동안 3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아멕스네트워킹 지수와 골드만삭스 인터넷지수도 이 기간에 각각 35%, 17%의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수준에 접근한 3분기 실적도 IT주 하락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등 주요 IT업체들이 3분기에 월가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 뉴욕증시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IT주가 올해 시장을 이끌었던 비IT주를 누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들이 많다. IT경기가 아직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IT주의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증시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지난 한주동안 은행주와 증권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반대로 IT주는 매도우위를 보였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IT주의 전반적인 펀더멘털 개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IT주의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일부 IT주는 최근 상승으로 현재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IT주가 바닥을 확고하게 다진 만큼 더 이상의 추가하락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IT경기 회복에 대한 본격적인 시그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비IT주와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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