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비자 상담기능 `실종위기`

 IMF사태 직후 급증세를 보였던 기업의 소비자 상담실 폐쇄·축소현상이 올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기업의 대 소비자 상담서비스 기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99년 소비자보호법 개정에서 ‘소비자 피해보상기구 설치 의무’ 조항이 폐지되면서 기업의 소비자 상담실 축소 경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 소비자 상담업무 담당자들이 기업내 열악한 소비자 부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한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http://www.ocap.or.kr)에 따르면 IMF때인 97년 16개사가 상담실을 축소하거나 폐쇄한 이후 98년에는 무려 34개사가 상담실을 축소·폐쇄하고 협회에서 탈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9년에는 9개사, 지난해에는 4개사가 상담실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면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8월까지 6개사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이후 현재까지 총 69개 기업이 소비자 상담실을 폐쇄·축소해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를 탈퇴했으며 새로 가입한 기업 수를 포함, IMF사태 전 137개였던 협회 회원사도 현재 114개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는 대 고객서비스 업무가 급증하는 통신업체도 이같은 기능 축소 경향을 보여 향후 기업의 대 소비자 상담 업무가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경=97∼98년 IMF사태 전후로는 기업 부도가 상담실 폐쇄·인력감소의 주된 이유였다.

 98년 후반부터 99년 들어서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내 전체조직과 활동이 재조정되면서 소비자상담실의 기능과 조직이 축소됐다.

 그러나 99년 말 소비자보호법이 개정돼 ‘소비자 피해보상기구 설치 의무’ 조항이 폐지되면서 이를 빌미로 다수 기업들이 소비자 보호기능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소비자보호 의식이 부족한 기업들의 생산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일한 방패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점=과거 IMF때와 달리 경제가 일정 정도 회복됐으면 축소했던 소비자 상담실 기능 또한 다시 회복돼야 하지만 그 기능과 조직, 인력 등은 여전히 IMF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기업들이 소비자 상담 기능을 AS기능 중심의 수익성 확보 체제로 변경하거나 상품판매와 홍보를 위주로 한 영업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상담실 기능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영업 상담 위주로 전환돼 실질적인 피해구제 업무보다는 기업의 마케팅과 홍보로 전용되고 있다.

 OCAP에 따르면 ‘소비자 피해보상기구 설치의무조항’ 폐지 후 회원 탈퇴가 지속되고 있어 협회가 추구하는 상담실 기능 강화를 통한 회원수 확대와 전체 기업의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노력에 난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 상담실은 기업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에서 소비자 상담실의 기능과 역할 축소로 인한 소비자 보호기능의 약화는 결국 국민생활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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