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리더십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류가게의 설립자인 S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장사’ 철학이 소비자에게 좋은 물건을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경쟁이 무척 심한 의류사업분야에서 그가 겪은 고생과 유혹이야 이루 열거할 수 없겠지만 경영철학만은 굽히지 않고 지켜온 덕에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잣대로 그를 성공한 ‘벤처기업가’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에게서 성공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분명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사라는 비즈니스에서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기존 시장에 도전했고 ‘국내 최고의 옷장사’라는 명확한 비전 아래 박리다매라는 경영철학을 일관되게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사업하는 데 과연 변화와 일관성은 어느 정도로 유지돼야 할까.
A사는 처음 지문인식기술 개발업체로 회사 문을 열었다. 처음 얼마간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장미빛 전망에 힘입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관련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독촉이 빗발치자 A사는 변화를 시도했다.
고심 에 본 사업과 거리가 있지만 “돈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에서 인기 게임 콘텐츠를 들여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영업에 나섰다.
“사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일이므로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들로부터 듣는 말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첫째 목적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는 데 반론이 있을 수 없지만 자신의 비전과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기업이 변화를 통해 과연 얼마나 영속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B사는 블루투스 기술업체로 창업했다.
처음엔 과연 이 기술을 갖고 어떤 시장에 진입해야 할 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얼마후 이 회사는 국내 어느 업체보다도 폭넓은 기술사양에 대해 국제인증을 획득했고 여러 하드웨어 업체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조금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블루투스를 응용한 각종 제품들이 상용화될 때까지는 상당기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B사는 시장의 만개를 기다리며 부단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이 분야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KAIST 인력교육센터와 함께 블루투스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변함없는 것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Change is the only Constant)”
시장환경이 바뀜에 따라 사업아이템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에도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주위의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더욱 주도적이고 공격적인 시장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경우는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모습으로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자 고유의 영역인 비전(vision)과 기업가정신을 바꾸고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경영자 리더십의 뿌리며 나아가 그 기업 특유의 문화와 지속적인 경쟁력을 이루는 버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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