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제품과 첨단제품 중 어느 것이 이익률이 좋을까.’
당연히 첨단제품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첨단제품일수록 희소성이 높아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모리 분야에선 이러한 분석이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실적을 토대로 밝힌 메모리 제품별 이익률 순위를 보면 최신 램버스 D램에 비해 수십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마스크롬이나 S램의 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별 이익률 순위는 마스크롬, S램, 그래픽메모리, 플래시메모리, EDO메모리, 램버스D램 순이다. 순위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DDR SD램, 싱크로너스 D램은 그 다음일 것으로 추측된다.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제품들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익률이 낮고 ‘한물 간’ 제품들이 ‘장수만세’를 외치며 여전히 상위에 랭크되는 이유를 알려면 수급 상황과 감가상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먼저 마스크롬은 철저한 주문생산으로 이뤄진다. 고수익이 아니면 절대 생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하는 제품이다. 당연히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2위의 S램은 D램과 유사한 시기에 태동, 스무살이 넘은 구형제품이면서도 D램에 비해 마진이 좋고 시장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고마진 제품으로 분류된다. 올들어 메모리 가격이 90% 이상 폭락했다고 하나 D램의 얘기지 S램은 여전히 건재하다.
3위의 그래픽메모리는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래픽전용 DDR를 의미하는 것으로 특화된 시장을 가지고 있는 데다 32MB 또는 64MB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폭증해 나름대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4위의 EDO 메모리는 차세대 메모리의 출현으로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성능서버와 궁합이 맞으며 기존 서버 사용자 대상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꾸준히 일고 있어 고급제품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구형제품이 좋은 이익률을 내는 또다른 이유는 생산설비 및 기술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용량이 늘어나긴 했어도 수십년 동안 장수하면서 초기 또는 중간시설 및 기술투자비용을 뽑고도 남을 만큼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에 비해 첨단제품은 시장가격이 높으나 투자 비용 등의 본전을 뽑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려 초기엔 이익률이 낮기 마련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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