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산하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올초 새로 개정한 ‘농산물 표준규격’이 무리한 품질기준 적용과 실소비자의 수요를 고려치 않아 일선 대형 소매상이 외면하는 등 보급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추진되고 있는 2차 개정작업에서도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소매상보다는 중도매인 및 대형 도매시장 참여에 역점을 두고 있어 소비자 지향적 표준규격이란 당초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형 소매상 등 유통업체들의 외면은 이들이 향후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실제 적용처인 만큼 국내 농업의 전자상거래 표준체계를 늦추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란 지적이다.
25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품질관리원이 지난 98년 제정한 농산물 표준규격의 단점을 개선하고 보급확산을 위한 농산물 표준규격 개정작업이 1차 개정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등급규격과 포장규격이 구체적이지 않고 가락동 등 각 지역별 28개 도매시장 출하를 주 목적으로 해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새로 개정된 개정안은 농산물 표준규격을 크게 등급규격과 포장규격으로 나눠 총 29품목 62개 규격으로 표시했다. 우선 등급규격은 품목별로 품질특성(당도·색택 등)에 따라 특·상·보통으로 구분하고 크기(무게)는 특대·대·중·소로 구분했다. 등급규격이란 곧 품질정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농산물 유통의 핵심적 요소임을 감안할 때 품관원의 등급규격은 구체적 수치없이 주먹구구식이어서 신뢰성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각 단위 농협이나 이마트 등 대형 소매상들은 이 규격을 표준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도매상으로부터 특상제품을 구매하지만 다시 자체 기준의 규격으로 선별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실의 경우 숙도와 육질을 삭제하고 최근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환경안정성에 대한 기준도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결국 각 소매상들은 자체 기준으로 농약사용 유무와 등급의 과대광고 등을 감별하고 있다.
포장규격에서도 품관원 규격은 외면되고 있다. 지나치게 물류에만 치중한 포장단위로 소매상들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포장으로 새로 바꾸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품관원은 올해말까지 2·3차 개정을 통해 소비자와 소매상들의 요구에 맞는 개정안을 새로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표준규격 마련을 위한 공청회조차 소매상들을 배제한채 영농법인, 공영 도매시장법인들을 중심으로 개최되며 2·3차 개정작업의 골자 역시 대상품목만 늘리는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으며 표준규격이라는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최대 소매상 가운데 하나인 이마트는 “향후 다가올 전자상거래 환경에서는 산지·도매상·소매상·최종 소비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표준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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