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생산거점 중국 이전 러시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고용 불안 △부메랑 효과 △산업 공동화 가능성 △주력품목 경쟁력 상실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중국을 최대 변수로 상정한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산업 정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한국을 상징하는 삼성·LG·SK 등 국내 3대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방중, 현지에서 그룹사장단 회의를 열고 생산기지 이전을 포함한 대대적인 중국 진출 전략을 밝히고 대부분의 전자·정보통신업체들도 뒤를 따를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협력은 물론 국내 산업의 경쟁력 및 차별화를 겨냥한 새로운 산업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건희 회장이 25일 중국을 방문하는 삼성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생산기지 중국 이전 가속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8인치 반도체 웨이퍼만을 제외한 채 이동전화·부품 등 주요 첨단제품의 생산거점 이전까지 검토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의 일부 라인 매각 협상, 3세대 이동통신 및 반도체 장비 합작 등 한국의 전략품목들도 중국 러시에 휩싸여 있어 이미 현지로 거점을 이전한 저부가 부품 및 가전부문을 포함할 경우 한국 산업의 핵심역량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세계시장 질서 및 향후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필연적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국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치밀한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거의 전분야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처한 중국을 감안, 국내 산업의 고용 유지와 경쟁력 확보에 요구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발굴·수행을 통해 최첨단 부문에 대한 집중화에 적극 나서고 세제혜택과 자금지원 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르는 산업 정책의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품의 생산과 일정 수준의 기술이전을 통해 되돌아올 부메랑 효과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내 IT산업의 장기육성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기술이전 수위와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은 “국내 전자·부품업체가 이처럼 중국으로 대거 몰려갈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와 이에 따른 고용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반도체·TFT LCD 등 국가 전략산업마저 중국으로 넘어가면 국내 산업은 곧바로 경쟁력을 상실,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공장을 운영중인 모 부품업체 사장은 “현지 진출을 통해 거대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는 방안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안심하고 국내에서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고 규제를 혁파, 첨단 신규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기업 의욕을 북돋아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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