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큐베이팅 업계 `S.O.S`

 벤처기업 탄생 및 성장의 동반자를 표방하며 올초 100여개에 이를 정도로 양적 급팽창세를 보였던 인큐베이팅업체들이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말까지 1만1022개를 기록, 지난해말보다 25%나 급팽창한 벤처업계도 최악의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문컨설팅서비스를 들고 인큐베이팅사업에 뛰어들었던 민간사업자들이 수익모델 부재를 들어 사업을 포기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과 투자방향도 벤처의 창업과 기업공개(IPO) 전후 기업에 집중돼 벤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인터넷기업 전문 인큐베이팅을 표방했던 A사는 올초 사장교체와 함께 폐업, 투자유치 전문업체로 전업했다. 전국 SW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해온 S사도 최근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상당수 업체는 지분투자방식에서 프로젝트별 현금지불방식으로 업태를 전환, 리스크 공유와 파트너십이라는 인큐베이팅 본연의 성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 최근의 경기침체가 자금부족으로 이어져 상당수 창업보육센터는 여전히 서비스의 전문성 부족, 재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인큐베이팅 관련 특단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초기벤처의 성장유도와 본격사업화라는 성격의 인큐베이팅을 통한 벤처육성의 길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파행적 인큐베이팅업계의 현실이 지속된다면 벤처업계의 실적악화는 물론 벤처창업의욕까지 꺾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황=올초부터 이어져온 여전한 자금경색과 시장침체의 분위기속에서도 신규 벤처확인업체의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말 현재 1만1022개에 달하는 등 벤처창업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벤처의 최대 지원처였던 인큐베이팅사업체의 업종전환과 수효감소세는 말 그대로 급전직하의 모습이다. 기술과 사업 아이템 하나로 앞만 보고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온 벤처들의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자연스런 결론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그동안 전문컨설팅서비스를 들고 인큐베이팅사업에 뛰어들었던 민간사업자들도 수익모델 부재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정부의 정책과 투자도 벤처의 창업과 IPO 전후 기업에 집중돼 향후 벤처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현재 인큐베이팅사업에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300여개 대학 및 연구소 등의 창업보육(지원)센터와 KTB인큐베이팅·서울벤처인큐베이터·엔포트 등 10여개 민간사업자들이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올초까지 100개에 달했던 민간사업자들은 거의 8개월새 대부분 컨설팅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은 실정이다. 당초 벤처의 창업과 시드머니 제공, 연구개발(R&D) 전략 수립, 재무·회계·마케팅 등 컨설팅서비스라는 인큐베이팅의 설립취지를 살리고 있는 기업은 불과 대여섯개에도 못미친다는 게 업계의 실토다.

 ◇대안은 없나=인큐베이팅 비즈니스의 활성화와 질적 도약을 위해 공공성격의 보육센터와 민간사업자의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의견이 나오는 데는 국내 인큐베이팅 관련 협회가 아직까지 설립된 지 얼마 안되는 등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대학창업보육센터 중심의 한국창업보육센터협회(KOBIA)와 민간사업자 중심의 한국IT벤처인큐베이터협회(KITIA) 등 관련 협회의 정보교류 및 전문가 육성, 사업자간 교류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또 상장 전단계 기업 대상의 초단기보육보다는 2∼3년후를 내다보는 전문투자펀드를 조성, 정부·민간전문가·벤처캐피털 등이 공동참여·운영하는 방안도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보통신부와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해 1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또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국내 벤처들은 심리적 무력감과 함께 비즈니스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미래의 도약을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는 유망벤처의 싹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적인 인큐베이팅 주체의 양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해외처럼 국내 성공벤처기업가들도 체득한 노하우·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망벤처의 발굴·투자·경영지원에 나서 인큐베이팅사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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