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36)방송정책

 방송학계가 별도의 학회로 독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에는 신문·방송·광고 등을 모두 포괄하는 언론학회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80년대 들어서면서 방송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방송의 역할과 프로그램 제작 방향, 우수인력 양성 등이 집중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정부와 학계·방송사들의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 전환으로 인해 방송학회는 88년에야 비로소 언론학회로부터 분리·독립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방송학회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초창기부터 방송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기회가 많았다. 방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송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방송 전문가들의 조언과 참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정책이라는 것이 별도로 만들어진 것도 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컬러TV 방송 시대를 열고 모든 가정에 TV가 보급되면서 방송정책은 대중매체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방송학회를 창립한 인물은 대부분 1세대 방송 교수들이다. 그들은 대학에서 방송을 전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방송이나 신문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면서 방송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원에서 방송이나 언론을 전공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13대 학회장 중 방송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학회장이 6명, 신문이나 통신사에서 일한 학회장이 3명이나 된다. 이런 사실은 방송학회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학문을 연구한 학자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더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13명의 방송학회장 중 7명이 서울대 출신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대 회장을 지낸 김규 교수를 비롯해 3대 강현두 교수, 6대 김학천 교수, 9대 유재천 교수, 10대 오인환 교수, 11대 추광영 교수, 13대 김광옥 교수 등이 서울대 출신이다.

 방송학회는 출범 초기부터 방송정책 수립에 많이 관여했기 때문에 정부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 중인 학회장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직에 있는 학회장 출신은 3대 강현두 교수가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해 6대 김학천 교수가 EBS 사장으로 임명됐으며, 7대 강대인 교수는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8대 이경자 교수는 방송진흥원장 등을 각각 맡고 있다. 특히 이경자 경희대 교수는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학회장을 지낸 인물로 방송개발원을 현재의 방송진흥원으로 확대·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정부는 방송환경이 급속히 변해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정책들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 때문에 방송정책 입안을 위한 많은 기구들이 만들어졌고 1세대 방송학회 교수들은 이런 각종 정책입안기구나 실행기구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방송학회장 출신으로 공식적인 정부조직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다른 학회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뉴미디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90년대 초, 방송정책에 대한 큰 틀은 방송학계 1세대들이 참여한 방송제도연구위원회(89년)·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93년)·2000년 방송정책연구위원회·선진방송정책자문위원회(94년) 등 4개 위원회를 통해 마련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8년 방송개혁위원회가 등장, 21세기 방송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부는 방송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국민생활과 사고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89년 방송제도연구위원회를 결성한다. 방제위의 위원장은 88년 방송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규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이처럼 우리나라의 초창기 방송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하는 등 학회와 정책 결정에 크게 기여해왔다.

 방제위는 89년부터 10년간 종합적인 국가 방송정책 수립을 위해 활동했고 현재까지 방송학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로는 홍기선·원우현 고려대 신방과 교수, 강대인 방송위 부위원장, 김정기 방송위원장, 박흥수 전 EBS 사장 등이 곱힌다.

 이밖에 방송학계 1세대 중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로는 강현두 KDB 사장,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교수 등이 있다.

 1세대 중 방송위를 비롯한 공공라인으로 진출한 인물로 유재천·원우현 교수(각각 구 방송위 부위원장 역임), 김정기 방송위원장, 강대인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김학천 EBS 사장, 박흥수 전 EBS 사장 등이 있다.

 이외에 공공부문으로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김규·최창섭·김우룡 교수 등도 방송정책 수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우룡 외대 신방과 교수는 방송제도연구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지내며 케이블TV 초창기 SO·PP·NO 3분할구도 등 전반적인 케이블TV의 틀 마련에 참여해왔다. 김 교수는 이후 2000년 방송정책연구위원회 등을 거치며 꾸준히 방송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교수는 방제연 제1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방송 이념 및 미래에 대한 기초를 마련했다.

 또한 홍기선 고대 교수, 박명진 서울대 교수 등은 방송개발원(현 방송진흥원)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유재천 서강대 신방과 교수는 93년 8월 방송위의 위촉으로 설립된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위원장 및 방송위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공발연을 통해 공영방송 발전 방안 및 지상파방송의 독립 등에 대해 종합안을 도출해내는 데 기여했다.

 홍기선·원우현 고대 교수 등은 공발연에도 참여해 각각 이념분과 및 시스템분과 위원장을 지냈다.

 강현두 사장도 2000년 방송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방송산업의 구도를 마련했으며, 김학천 EBS 사장은 선진방송정책자문위·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방제위가 초기 방송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90년대 말에 만들어진 방송개혁위원회는 21세기 방송정책의 초안을 잡아놨다고 할 수 있다.

 통합방송위원회 등을 탄생시킨 방개위에는 정부와 학계·방송계·시만단체 등 방송 관련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대거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강대인 방송위 부위원장과 이경자 방송진흥원장, 박명진 서강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강상현 연세대 교수, 김승수 전북대 교수, 김학천 건국대 교수, 이효성 성대 교수, 정윤식 강원대 교수 등이 실행위원으로 참여했다.

 방개위는 99년 2월 ‘방송개혁의 방향과 과제’라는 정책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으며 향후 방송정책이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보고서는 민주적 가치실현, 민족문화 창달, 변화와 혁신추구, 시청자 권익신장이라는 4대 방송이념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와 편성의 자율성 보장, 방송매체별 위상 정립과 프로그램 질 향상, 지상파방송 구조의 효율화와 뉴미디어 활성화, 시청자위원회 권한 강화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90년대 중반 이후 뉴미디어 및 디지털방송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40대의 젊은 교수들이 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 2세대에 이어 방송학계에서 케이블TV 및 뉴미디어를 독자적인 영역으로 구축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전석호 중앙대 신방과 교수, 김영석 연세대 신방과 교수, 강상현 연대 신방과 교수 등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멀티미디어와 정보사회에 대한 전문서적 출간으로 뉴미디어에 대한 초기이론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강상현 교수는 디지털방송정책 분야에서 학계 출신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강 교수는 방송개혁위원회에 몸담던 시절부터 디지털방송정책 수립에 기여했으며 정통부가 지난해 운영한 ‘디지털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수립전담반’ 및 현재 제2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전담반’ 출신 교수 중에는 최성진 서울산업대 매체공학부 교수, 신홍균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법학과 교수, 박승권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승권 교수는 전자통신공학도 출신으로 98년 국회 정보통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전담반에 참여한 디지털방송 하드웨어 기술 분야 전문가다.

 디지털위성방송정책과 관련해서는 송해룡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김명중 호남대 교수, 정윤식 강원대 교수, 정용준 전북대 교수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가운데 정윤식 교수는 방개위의 위성방송정책 입안시 원그랜드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인물이며, 송해룡 교수는 방송문호 개방에 대해 꾸준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경쟁 매체인 위성방송의 출현 등과 연계한 케이블TV정책 분야에서는 황근 선문대 교수를 비롯해 젊은 교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황 교수는 한국방송개발원 책임연구원·위성방송규제정책연구위원 등을 거치면서 케이블TV제도 정착과 관련해 최근까지 각종 공청회 및 토론회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식 계명대 교수도 종합유선방송위 연구위원·한국케이블TV협회 전문위원·이용약관심사위원 등을 두루 거치면서 케이블TV정책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개혁위원회 전문위원·방송진흥원 방송영상연구정보센터 수석팀장 등을 거쳐 현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개혁위원장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민단체와 유대를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위성방송규제정책연구위원 출신인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손승혜 세종대 교수, 윤석민 경원대 교수와 김은미 국민대 교수 등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의 젊은 인물들로 방송학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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