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인류가 재물을 구하기 위해 단행한 육로여행으로서 19세기 미국인들의 서부행만한 것은 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한 선교사로부터 캘리포니아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들은 미국 동부 사람들은 서부로 떠나기로 마음을 정한다. 1841년, 길은 고사하고 지도나 나침반조차 없는 상태에서 60∼70명이 하나의 무리를 지어 서부로 향했다. 그들은 굶주림과 추위,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 심지어 한번 나타나면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버펄로 무리와 밤낮으로 싸워야만 했다.
마침내 6개월에 걸쳐 3000㎞의 여로를 마치고 캘리포니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 가운데 34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최초의 서부개척자였으며 이들의 성공은 서부행으로 이어져 역사를 바꾸게 된다.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영국계와 라틴아메리카계를 합쳐 1만4000명 정도가 살았다. 그런데 1848년 수터제재소가 있던 자리에서 금이 발견되자 서부행은 골드러시로 절정을 이루게 돼 이듬해 말 미국인 총 이주자는 10만명으로 증가했다.
그 후 도보나 마차를 이용한 이주민은 1869년 대륙횡단 열차가 개통되면서 막을 내리기까지 수십만명에 이르렀다.
짐을 꾸려 가족을 데리고 최소한 넉달 가량이 걸리는 여행을 당시 신문에서는 ‘살인행위’라며 비판했다. 대륙횡단 도중 삶을 마쳐야 했던 사람들이 2만명을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것은 1㎞를 가려면 무덤 6개를 지나야 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희생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도 서부로 향한 대부분 사람들의 열망을 식히지는 못했다.
지금도 당시 사람들을 서부로 향하게 한 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흔히 일확천금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된 후 2∼3년이 못 가서 금맥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서부행이 그치지 않은 것을 보면 그것의 주목적은 비옥한 땅을 갖기 위한 욕망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당시 동부의 미시시피강 주변에는 주인없는 땅이 널려 있었기 때문에 꼭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부행은 떠나는 사람만큼이나 그 이유도 많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공통된 점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강렬한 희망’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기술(IT) 분야의 ‘디지털 러시’도 미국의 골드 러시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이 부상하자 대기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연구원에서 대학교수와 관료, 심지어 언론인 등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서부에서 금광이 오래 가지 못했듯 IT분야에서 소위 ‘대박’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희생을 당한 것도 비슷하다. 경기침체로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자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의 무덤이 돼가고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했을 정도였다.
이젠 IT분야에 진출하면 적어도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은 지울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보도를 보면 아직도 IT분야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IT분야의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사회라는 ‘메가 트랜드’는 변함이 없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만 봐도 가슴이 뿌듯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노벨경제학상도 정보경제학의 대가에게 주어져 세상이 정보사회로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고무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태양이 빛나고 비옥한 토지가 널려 있다고 해서 모두가 경작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IT분야 또한 기업가들에게는 당분간 신천지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기술과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극히 일부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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