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원부자재 업체, 소자업체 가격인하 요구에 몸살

 웨이퍼와 브라운관용 유리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극도의 수요부진에 소자업체의 가격인하 요구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MEMC코리아와 LG실트론 등 웨이퍼업체들은 소자업체와 올해 3∼4차례 가격협상을 벌였고 매번 10% 가량의 가격인하를 단행, 웨이퍼는 올초보다 40%, 브라운관용 유리 역시 10∼20% 가량 값이 떨어진 상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웨이퍼 수요 부족으로 공장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이들 업체가 공급물량 확보를 위해 소자업체의 가격인하 압력을 버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가격인하로 어렵사리 확보한 물량도 얼마 가지 못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로 공급선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은 아예 뒷전이고 가격인하 행진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웨이퍼업체의 설명이다.

 현재 웨이퍼업체의 수익률은 10%대를 유지하기가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업체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 뿐”이라면서도 “지금의 수익률로는 근근히 사업을 꾸려나갈 수는 있겠지만, 300㎜ 웨이퍼 양산을 위한 투자는 거의 불가능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 등 브라운관용 유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용해로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유리생산업의 특성상 극도의 수요부진에도 물량을 조절하기가 어려워 올 상반기 이후 적정수준의 2∼3배나 되는 재고물량을 떠안은 이들 업체는 가격인하까지 감수, 수익률이 상반기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이들 업체는 예정된 용해로 보수공사를 앞당겨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소자업체의 가격인하 요구가 계속될 경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기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에서 핵심 원부자재의 국산화는 산업 전체에 상당한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왔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들 업체를 돌보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소자산업의 경쟁력도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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