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인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전무 parkjeain@hanmail.net
우리 인류사회는 17세기 중반이래 공업화의 진전으로 삶의 풍요와 편의를 얻었지만 이제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등 역기능으로 삶 자체가 위협받는 단계에 있다.
따라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재자원화를 통한 자원순환형 사회구축에 적극 나서 새로운 산업의 창출과 함께 경제회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욱이 부존자원이 미미한데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이행은 더욱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TV·냉장고 등 전자·전기제품은 다종의 부품소재로 조립되는데다 부피와 중량이 커 폐제품을 그냥 매립·소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소재의 재질이 금속, 합성수지 등으로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해 어느 분야 보다 가시적 효과가 높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폐기물의 재자원화를 주도하는 게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냐에 있다. 그간 관행으로 보면 폐기물은 청소라는 측면에서 1차적으로 소비자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보전이 인류사회의 가장 큰 과제로 대두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2년 오염자부담원칙을 제시하고 이어 94년 이른바 확대생산자책임제를 주창하고 나섰다. 이는 공해발생의 원인이라는 측면에서 오염자의 범위를 확대 해석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자, 판매자 등에게도 그 책임이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OECD의 이런 움직임에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일본·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이 현재 생산자(수입자, 판매자 포함)에게 그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EU는 생산자 등에게 폐기물의 회수·처리를 의무화한 전자·전기장비 폐기물 지침 입법화를 진행하고 있고 그에 앞서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이미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일본은 가전리사이클링법을 제정, 생산자에게 재자원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2년부터 생산자 등에게 폐기물 예치금 제도를 도입, 대상품목 확대와 요율인상을 추진하는 등 폐제품의 회수처리를 적극 유도함에 따라 업계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적으로 생산자 등은 폐기물 회수·처리 책임에 대해 소극적으로 비용만 부담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폐제품의 재활용을 주도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현명하다. 또 전자, 전기제품은 다종의 부품소재로 조립돼 있어 폐제품을 재자원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조의 역공정으로 부품소재를 분해·분리하는 이른바 리사이클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과연 생산자와 지자체 중 누가하는 것이 적합한가의 문제가 있다.
리사이클링은 상당한 기술과 시설이 필요하므로 생산자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면 최초 제품의 개발·생산시부터 더 친환경적이고 재자원화가 쉬운 구조로 설계하거나 부품소재를 선택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크다.
그렇다면 생산자 등이 어떻게 리사이클링하는 게 비용도 절감하고 성과도 높일 수 있을까. 우선 동종 및 유사업종별로 생산자책임공유기구(SPRO)로 협회를 구성하거나 생산자 재활용제의 시행에 대해 정부와 협약을 맺고 재활용 제도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생산자 등이 정부와 협의해 일정량의 재자원화 목표 달성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즉 폐기물 예치금이나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둘째, 생산자 등은 SPRO를 이용해 당해 폐제품의 회수 및 재자원화 시설을 업계 공동으로 구축하고 이용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재자원화 시설에는 막대한 투자와 비용발생이 뒤따르므로 대상품목의 제조공정과 재자원화 수량을 정확히 분석·산정해 자동화가 필요한 대규모시설과 수작업의 소규모 시설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전자산업이 국내 선도산업의 위치에 있는 만큼 폐제품의 재자원화에 앞장서 자원순환형 사회실현에 길잡이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전자산업국으로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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