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 여파와 세계 경기침체 지속 등으로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 둔화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일 발표한 ‘2002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한국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3%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소비·투자·수출 등 성장동력이 모두 위축되면서 경제가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저성장에 머무는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러사태의 조기수습,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 등이 보장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최고 5%까지 상승할 수도 있으나 세계 IT경기가 내년 하반기께나 회복될 것으로 보여 과거와 같은 ‘V자형’의 가파른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의 경우 내년에도 경기회복 지연, 미국 테러에 따른 경기위축 등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평가다. 반도체 경기는 재고와 투자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D램 가격의 저점 시기를 내년 2분기로 보고 2002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급 균형이 개선되면서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낙관했다. 따라서 현재 약 6%인 D램 공급과잉은 2002년 말 3% 정도의 공급부족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정보통신기기 시장은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XP 출시로 PC 수요가 증가하고, CDMA 시장 확대에 따른 단말기 수출 증가로 정보통신기기 수출은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내수도 가격하락이 심한 고성능 PC 등을 중심으로 가격 탄력성을 회복하고 컬러 동영상 단말기 수요 확대로 성장 둔화세가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정보통신기기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연구소 측은 예상했다. 이동전화 2.5세대 서비스가 도입되고 3세대 초기서비스가 일부 지역에 제공될 것으로 보여 이동전화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데스크톱PC가 점차 성장 여력을 상실하는 대신 노트북 등 모바일PC에는 가격인하가 가속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1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전부문은 월드컵 특수, 디지털TV 방송 등에 따라 수출 및 내수 증가가 기대된다. 미국의 감세 및 금리인하 효과가 연말부터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지털 가전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돼 수출과 내수 증대효과가 기대된다. 선진국의 디지털TV 시장 형성과 DVCR·DVDP·디지털 캠코더 등 관련 디지털 가전제품의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연구소 측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돼 미국 등 주요 수출지역에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 약화를 경계했다. 연말 중국의 WTO 가입이 확실시되고 이에 따른 핵심부품의 관세인하, 해외 업체와의 경쟁심화 등이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 더욱이 해외 업체들의 대중국 투자 가속화로 철·알루미늄·동관 등의 원재료뿐 아니라 부품 및 반제품 조달에서 경쟁력이 배가될 것으로 연구소 측은 전망했다.
이밖에 자동차는 월드컵 특수, 대우차 정상화 등으로 내수시장이 회복될 전망이나 수출은 부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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