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효과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주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관련주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3일(현지시각) 1분기(8∼10월) 실적 기대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최고 경영자(CEO) 존 체임버스의 발언에 힘입어 22%나 폭등하며 나스닥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시스코시스템스의 긍정적 실적발표는 4일 국내 증시에도 그대로 이어져 국내 유사업종인 다산인터네트와 코리아링크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며 각각 1만1800원, 7130원에 장을 마쳤다. 한아시스템과 관련업체로 분류되는 웰링크도 상한가 대열에 동참했으며 자네트시스템 등도 상한가에 육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주 가운데 영향력이 막대한 시스코시스템스의 실적악화 추세가 일단 멈췄다는 점에서 국내 관련주들에도 일시적이나마 긍정적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허성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스코의 실적은 하향된 기대치를 충족한 수준이지만 끝없이 추락하기만 하던 네트워크 장비시장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며 “국내 관련주들의 영업환경과 주가흐름이 시스코와 유사했다는 점에서 일단 바닥권을 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스코시스템스를 포함, 국내 네트워크 장비주들의 주가가 완연한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고 전망하는 분석가는 거의 없다.
오세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스코의 본격적인 매출 증가는 해외에서 2.5G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2003년 이후로 예상되며 전날인 2일 노텔네트웍스가 2만명의 감원과 CEO 교체, 3분기 손실 경고를 발표하는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위험하다”며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시장이 단기에 회복된다고 기대하기는 힘들어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종도 ‘비중축소’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허 애널리스트도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주 매출처가 되는 한국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설비투자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까지 국내 네트워크 장비주들의 투자의견 상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금보유액이 많아 불황에 오래 견딜 수 있는 업체들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은 가져볼 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재무적 안정성이 확보된 업체들은 연구개발을 계속할 수 있어 향후 시장이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낙폭과대와 맞물려 빠른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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