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의 럭비공 튀는 듯한 제휴·합작 전략에 대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중국 둥팡통신은 LG전자와 cdma2000·WCDMA 등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에 관한 협력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둥팡통신은 중국 신식산업부의 WCDMA 시험장비 입찰전에 나설 동반자로 LG전자가 아닌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둥팡통신과 제휴·합작에 관한 최종계약을 앞둔 상황이었음도 불구하고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중국 이동통신시스템사업 합작 관계사인 상하이벨과는 WCDMA 사업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둥팡통신을 대안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둥팡통신이 먼저 WCDMA 제휴를 제안해왔다”고 확인했다.
중국 통신장비기업들이 예측할 수 없는 해외기업 합작전략을 펼치고 있다. 원칙과 상 도의를 무시한 채 자사 이익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들은 피해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기기 전문기업인 A사는 한 중국기업과 기술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그런데 중국측으로부터 갑작스레 ‘없던 일’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얼마 후 A사의 중국측 협력사는 국내의 다른 기업과 제휴했음이 확인됐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이동전화단말기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중계기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소한 3개 이상의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 물론 중국기업의 목적은 보다 많은 기술을 지원해주는 한국기업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기업이 중국기업의 원칙없는 제휴전략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수시장이 한계에 근접한데다 중국을 미래 성장의 교두보로 여기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중국에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선결과제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다 손님에게 안방(통신장비기술)까지 모두 내주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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