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길 JKTI 상무 hanbedal@jkt21.com
중국은 최근 몇년새 전자산업에서 우리를 추월했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무역량에서 세계 7위, 투자유치 규모 면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한 나라다. 향후 10년 후면 세계 총생산량의 20%를 육박하리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이 거대한 황금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인식하고 성공적 진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중국진출 성공사례보다도 실패사례의 원인을 분석해 우리기업의 성공적 중국 진출에 대한 경계로 삼고자 한다. 특히 중국현지에서 한국업체들의 애로사항·고충 등을 얘기하다 보면 중국사업 실패의 원인제공자는 상당부분 우리기업이라는 점을 깨닫고 놀란 적도 많다. 필자 나름의 중국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기업의 대중국 진출 실패 요인’을 분석해 보니 대략 6가지 요인이 나타났다.
첫째 중국진출시 기업내 다양한 의사수렴 과정과 결정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기업의 90% 정도가 중국진출을 결정할 때 최고 경영자의 독단적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업은 진출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경영진과 전직원이 합심해야 성공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덧붙여 중국에서는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으로, 철저하고도 치밀한 투자 절차 및 자본회수전략을 수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 체계적인 시장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체계적인 물류체계, 유통과정이 형성되지 않아 정보교류 속도가 더디다. 따라서 대부분 중국인들도 체계적 시장분석을 못하고 있다. 진출대상 지역의 시장분석을 위해서 기관보다도 먼저 진출한 동종 유관 업체의 협력을 얻어 기업의 정열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셋째 사전 영업 및 마케팅 계획이 없었다. 해당 분야의 책임자가 중국 사정을 알아야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실정에서 중국어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취급하려는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중국 영업과 마케팅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경영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철수하게 된다. 전문가를 발굴하여 현지화시킨 후 철저히 계획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흔히 관시(關係)로 불리는 확실한 연고자가 없었다. 검증도 안된 사람을 만나 시작도 못해 보고 끝내는 기업인이 많다. 이것도 전문이고 저것도 전문이고 이 사람도 알고 저 사람도 알고, 이런 부류의 사람은 대부분 부적격자로 실제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봐도 좋다. 그런 능력자들은 단기간 내에 만나기가 아주 힘들다. 능력자와 무덤(?)까지 갈 수 있는 관계라면 사업 초기는 물론 지속적인 사업 성공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필요할 때만 서로 찾는 관계라면 맺지 말아야 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활동과 경제활동은 정부 관계자의 결정에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에 대한 전문적 정보 채널이 없었다. 국교 수립만 됐을 뿐 중소기업인을 위한 전문적인 중국관련 정보 채널이 미비하다. 최근에는 부문별하게 지원기관들이 나가 있지만 각 기관 대표자들의 적극성 결여와 형식적인 행사를 치르는 관행 때문에 여전히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연내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각국의 유력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게 돼 한국으로서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지난 과거를 참고삼아 우리도 정부차원 대중국 진출 전략을 새로이 세워야 할 것이다.
여섯째 중국의 잦은 정책 변화에 따르지 못한다. 진출기업들이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 정책간에 차이를 보이는 등 중국 제도에 익숙지 못한 상황에서 독자적 법 해석을 하면서 잦은 정책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왔다.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지 말고 5개로 구분해 특성에 맞게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즉 북부는 베이징과 동북3성, 중부는 상하이 주변, 남부는 광저우 주변, 서부는 중칭·시안 주변, 북서부는 티벳 주변 등 인종과 생활습관·기후·사회 기반시설 등 모든 분야의 차이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회에 필자는 정부차원에서도 새롭고 현실감 있는 대중시장 진출 계획과 적극적 지원정책을 마련해 중국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보다 현실성 있는 지원을 해 줄 것을 제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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