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뿐인 `물마크 제도`

 “몇몇 정수기 업체들의 기업윤리 상실로 우리 가족들이 불량식품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때가 있습니다.”

 최근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정수기의 핵심기능인 세균제거 등 품질을 등한시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행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도 이같은 영업관행이 정수기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물마크 인증을 받고 있는 업체 수는 약 100여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특수정수성능 검사를 받는 역삼투압방식의 정수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개당 1500∼2000원인 필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영세한 정수기 생산업체들은 제조원가 인하를 위해 세균제거 기능이 취약한 중국 및 필리핀산 마이크로필터를 장착한 정수기를 무더기로 제작,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통업체들이 금형업체로부터 필터를 장착하지 않은 외관만을 납품받은 뒤 정수기 몸체에 필터만을 끼워 파는 식의 반제품 유통관행도 성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마이크로필터를 장착한 정수기의 불량률이 최대 40%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건당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물마크 심사중 하나인 특수정수성능 검사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유입수를 수돗물로 사용한 뒤 시험을 통과했다고 허위로 검사문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수기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이 식당 등 대중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정수기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무늬만 정수기가 대량으로 양산되는 것은 정수기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정수기 판매과정에서 부착해야 하는 물마크 제도가 소비자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수기 산업이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서 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최근 들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정수기에서 페놀 또는 수은 등 인체유해 물질이 검출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업계의 공멸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환경부 및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등 정수기 물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관련기관들은 물론 정수기업계 스스로도 소비자들을 우선하는 정책과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생활전자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