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기술중독사회와 테크노 리터러시

 ◆김영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오늘날 우리들은 하이테크시대의 산물인 디지털TV·컴퓨터·휴대폰·케이블TV 등 첨단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인간의 역사 중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에 의존하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하이테크의 영향에 대해서는 테크노피아의 시대가 도래하여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것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전망과 기계가 인간과 인간생활을 통제하여 심지어는 인간성이 말살되고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미국의 존 나이비스트는 우리는 기술이 제공하는 편안함으로 인해 기술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오늘날의 사회는 기술중독지대(technologically intoxicated zone)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비스트에 의하면 기술중독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하이테크 중독증의 증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악이나 기아 등의 문제를 기술이 해결하고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기술을 숭배하거나 역으로 기술이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술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기술중독지대의 사람들은 응급문화에 빠져 식생활에서부터 종교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생활에서 빠른 해결을 갈구하고 편애하고 있으며 컴퓨터기술이 만들어 준 가상현실이나 사이버공간을 넘나들며 실제와 허구를 혼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하이테크 중독자들은 영화·TV·드라마·전자오락 등에서 제시되는 현란한 폭력물에 익숙해져 폭력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린이·성인 할 것 없이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시킨 장난감에 탐닉하여 결과적으로 기술을 장남감인 양 좋아한다.

 또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하여 대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나 인터넷 e메일과 같은 첨단 통신기술이 역으로 인간 사이에 정서적인 거리를 창출하여 인간을 서로로부터, 또한 자연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들은 각각 자기 방에 흩어져 혼자서 음악이나 드라마를 즐기거나 인터넷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동떨어진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테크의 산물인 인터넷이나 영상물에 대한 몰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중독증은 아직 가치관과 인생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면이 있다. 즉 청소년의 인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술중독의 예로는 인터넷 중독증으로 인한 e메일 중독, 가상현실에 빠져 현실을 기피하거나 가상현실을 현실로 동일시하는 현상, 그리고 성인 비디오 사이트나 전자오락게임의 몰입으로 인한 성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이나 전자폭력의 학습으로 야기되는 인성교육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나이비스트는 하이테크 중독증을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하이터치를 제시하고 있다. 즉 기술이 문화발전에 절대적인 요소이며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려는 갈망이 기본적인 본능임을 인지하는 한편, 우리의 영혼에 자양분을 주는 자연·예술과 이야기, 연극·종교 등을 기술진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등한 동반자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즉 인간다움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하이테크를 이용하는 것이 하이터치며, 하이테크·하이터치란 기술진보와 영적 믿음을 접목시켜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고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슬기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하이테크·하이터치의 지혜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의식적인 자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문해(文解), 즉 테크노 리터러시의 습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테크노 리터러시란 비판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으로서 다시 말하면 첨단기술의 근본을 파악하고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며 이를 통해 하이테크 기계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간의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중독지대에서 성인에 비해 나약한 청소년들을 하이테크 중독증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테크노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교육이 요청된다. 우리 청소년들이 첨단기술 문해자가 되어서 하이테크·하이터치의 지혜를 활용함으로써 기술기반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youngkim@m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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