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저장장치에서 가전 기록매체로.’
일본에서는 하드디스크(HD)를 녹화·녹음 매체로 채택한 AV 기기가 대거 상품화, HD가 ‘PC 기록장치’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가전 매체로 빠르게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빅터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HD녹화기(리코더)의 상품화를 추진하는 등 저가화도 급진전되고 있어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디지털 기록할 수 있는 HD는 기록이 끝난 데이터를 고속으로 검색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티보, 리플레이 등 몇 업체가 유료 TV방송 수신용 튜너를 부착한 형태로 HD리코더를 제품화,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HD리코더에서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나 VCR테이프, 미니디스크(MD) 등처럼 녹화·녹음 데이터를 보존해 개인 라이브러리(도서관)로 만들거나 다른 사람과 교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TV 프로그램을 곧바로 녹화해 바로 시청하는 데 이용하는 등 용도가 다소 제한적이다.
실제 HD만을 저장매체로 채택한 리코더를 내놓은 곳은 소니, 마쓰시타전기산업, 일본빅터 등 3사에 불과하다. 이들 내부에서조차도 ‘HD 단독의 AV기기는 어정쩡한 제품이다’ ‘HD리코더 판매는 DVD리코더에 떨어진다’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빅터는 “TV나 VCR에 HD를 내장한 복합기가 녹화기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다수 AV기기 업체는 HD를 DVD나 VCR 등 기존의 다른 기록매체를 보완하는 장치 정도로 성격을 규정하고 HD 복합기의 개발·상품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파이어니어가 지난 5월 내놓은 HD 탑재 카내비게이션 시스템 ‘사이버내비’ 시리즈는 카내비게이션 시장 판매 1위에 올라 HD 복합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DVD 일체형과 CD 일체형 두 가지 타입으로 구성되는 이 시리즈 제품은 DVD와 CD로부터 지도 정보나 음악을 HD에 보내, HD의 검색 기능으로 지도나 음악을 재빨리 찾아주기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이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등을 결합한 세트 신상품 ‘AVIC-XH09V’를 이달 하순 후속 제품으로 내놓고 카내비게이션 시장에서의 돌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밖에 도시바의 DVD·HD 복합 리코더, 마쓰시타의 HD 내장 디지털TV, 샤프의 방송위성(BS) 디지털튜너 내장 HD리코더, 야마하의 CD·HD 복합 리코더 등 올 들어 복합기 형태의 HD 상품화가 활발하다.
HD 복합기는 그러나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11일 올 봄 출시한 DVD ·HD 복합 리코더의 문제 가능성을 밝히고 무상점검·수리에 나선다는 광고를 냈다. 이 제품은 사실 상품화가 계획보다 4개월이나 지연됐고, 판매후에도 결함 발생으로 무상 수리를 해주는 곤경에 빠진 것이다. 마쓰시타의 HD 내장 디지털TV도 소프트웨어의 검사 때문에 상품화가 2개월 정도 늦어졌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도 HD와 다른 매체간의 데이터 교환 소프트웨어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HD가 가전 기록매체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소프트웨어 문제, 단독 저장매체로의 제품화 등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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