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라이프&컬처>자동차도 달라진다-PC기능 갖춘 `똑똑한 차` 시동

 ◆텔레매틱스 개발 붐

유난히 막히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

 대부분의 차량 운전자들이 조급한 마음으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으면서 서두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텔레매틱스(Telematics) 서비스를 이용하는 김모씨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이같은 정체상황에서도 느긋한 마음으로 정보센터가 제공하는 자신의 주식시세 및 시황정보를 확인한다.

 그리고 음성정보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AIG의 현대투자신탁 인수확정 정보를 듣고 곧바로 매수 주문을 낸 뒤 100만원 가량의 거래차익을 얻는다.

 아울러 주말동안 자신에게 접수된 e메일을 확인하고 중요한 사안은 바로 연락을 취한 뒤 회사에 도착한다.

 전주가 고향인 이모씨.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펼쳐진 논밭을 옆에 두고 있는 이씨의 마음은 벌써 고향인 전주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추석을 맞아 고향을 향하는 수만대의 자동차 행렬은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8살 먹은 꼬마는 폐쇄적 공간인 자동차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이씨는 이 때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최신 게임기를 틀어준다. 그리곤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모님께 드릴 효도선물을 구입, 전주로 배달시킨다.

 주식거래, 위성방송 시청, 박찬호 소식, 스타크래프트, 쇼핑….

 머지 않아 운전자가 이처럼 성격이 다른 각각의 행위를 주행중에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어떻게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과 쇼핑, 주식거래가 가능할까. 바로 텔레매틱스 덕분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홈오토메이션 기능처럼 텔레매틱스 기능을 보유한 미래형 자동차는 운전자가 좌석에 않아 각종 정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오토메이션 기능은 물론 카 시어터(자동차극장)의 구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산업의 경쟁심화로 가격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자동차 회사들이 주식거래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활동중인 박찬호 소식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는 자동차의 ‘모바일오피스화’ 및 ‘모바일시어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이어 소비자들이 주행중에 DVD TV 게임기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수단으로 여기던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전자정보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자동차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수익성이 높은 회원서비스 계약 등 새로운 사업기회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충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경영방침 설정도 완성차 업체들의 이같은 텔레매틱스 개발붐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텔레매틱스 기술을 응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융합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안전한 주행에 도움을 주는 이동통신서비스를 비롯해 양방향게임 등 정보오락시장, 그리고 자동차의 이상 여부를 자동확인해주는 각종 원격안전진단장치 등도 시장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미 북미시장에서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한 수십만대의 차량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이들 차량은 위성을 이용한 실시간 교통정보시스템, 전방주시 카메라와 함께 작동하는 센서 등의 정보기술장비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방지를 위한 장치들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앞으로 도난차량위치추적시스템, 차량내에서의 e메일 및 음성메일 서비스 시스템, 실내 장착 주문형비디오(VOD) 및 게임장치를 장착한 차량의 상용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운전자들은 주행중 음성을 이용해 인터넷 콘텐츠에 연결한 뒤 e메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스케줄까지도 체크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음성을 통해 e메일을 보낼 수 있고 각종 증권정보 등 맞춤서비스 또한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쇼핑, 호텔 및 항공기 예약, 온라인 뱅킹과 주식거래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을 차량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비상시 조난신호발생과 원격차량진단서비스 개발을 한창 진행중이어서 이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운전중 영상채팅 시대도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향후 5년내 상용화될 자동차는 현재보다 DVD, LCD 등 멀티미디어 기기가 차지하는 전자화 비중이 현재보다 2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은 추세는 판매순이익이 고작 2∼3%에 불과한 자동차의 낮은 부가가치를 시스템 및 서비스를 통해 제고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매틱스 시장 및 개발동향

 현재 자동차 및 정보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전세계 최종소비자들의 텔레매틱스 시장규모가 지난해 4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에는 240억달러, 2010년에는 47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앞으로 이들 기업의 주요 매출원이 현재의 주행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증권 스포츠 등 특정서비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선진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각각 ‘OnStar’ ‘RESCUE’ ‘TeleAid’ 등 텔레매틱스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사업부를 신설하거나 기존 사업부를 한창 재편하고 있다.

 텔레매틱스를 이용한 중계료, 회원들의 사용료 등을 합한 전체 시장규모가 이동전화 및 IMT2000의 시장성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부품·정보기술업체들도 텔레매틱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GM과 포드로부터 각각 분리된 델파이 오토모티브시스템, 비스티온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이미 이같은 텔레매틱스 시장진출을 선언해 놓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만도가 정보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휴먼디지털테크놀로지와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내년부터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현대모비스 또한 차세대 자동차통신서비스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정보통신기업들도 향후 국내 텔레매틱스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이다.

 협력을 모색하던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독자운영으로 경영의 가닥을 잡아놓고 있는 가운데 LG텔레콤,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 회사들도 연간 4조원 규모로 팽창이 예상되는 데이터 및 음성정보 관련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벤처기업인 천마전자가 개발한 양방향 음성인식 단말기를 그랜저XG에 장착,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경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을 비롯 외국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같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듯 대형 통신사업자와의 제휴를 앞당기는 등 폭발적 시장성장이 예상되는 텔레매틱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세계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텔레매틱스 서비스 개발에 관한 제휴를 체결,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메르세데스-벤츠는 델레에이드라는 서비스를 통해 응급노변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100만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GM의 온스타 사업부는 사업초기 음성작동 관리서비스, 긴급 출장수리 등과 같은 안전관리 서비스에 국한됐던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회원차량의 에어백이 터졌을 때 즉각 차량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온스타는 GM 차종에만 그치지 않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도요타의 렉서스 사업부와 혼다가 미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온스타는 운전자들의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핸즈프리 통신서비스인 온스타 퍼스널 콜링(OnStar Personal Calling) 서비스와 음성을 이용하여 인터넷 콘텐츠에 연결하는 온스타 버추얼 어드바이저(OnStar Virtual Advisor)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차내에서 주식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원활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포드로부터 분리된 비스티온사는 기존 오디오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통해 운전자, 탑승자의 안전과 외부 연계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 페스틸로 회장은 “소프트웨어가 고객에게 음성인식과 웹을 바탕으로 한 양방향 대화를 가능케 해주는 시스템이 자사의 매출과 순익을 증대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델파이사의 바텐버그 회장은 소프트웨어, 서비스계약과 텔레매틱스 시스템 개발 이외에 안테나사업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델파이사는 이미 독일에서 향후 유럽시장에서 판매될 자동차에 장착할 위성방송, 주행시스템, 이동전화와 기존의 AM/FM/RF 안테나 등을 통합한 안테나 시험설비를 가동중이다.

 자동차에 장착할 다양한 전자통신장비간의 데이터 교환과 정보공유를 위한 표준기술로는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헤럴드 블루투스 2세의 이름을 딴 블루투스 무선통신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 비스티온사는 이 기술 개발을 위해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와 제휴를 체결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비스티온 및 델파이사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오는 2006년에 전세계 판매 차량의 최소 50%가 텔레매틱스 기본 서비스 기기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재규어자동차는 지난 11일 개막된 200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음성통제식 텔레매틱스 시스템 등 최신식 기술을 내장한 새로운 콘셉트카 ‘R-큐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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