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일을 앞두고 제도를 연기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동안 싱글로케이션 도입만 믿고 게임 개발에만 매달려온 사람들은 어찌하란 말입니까.”
최근 문화관광부가 오는 25일 시행 예정이던 ‘싱글로케이션 제도’를 2003년 1월 1일로 연기키로 했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가 처음으로 나가자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자 업계의 태도는 분노로 바뀌었다. 한 관계자는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부가 싱글로케이션 제도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입법화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무슨 속셈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업계가 싱글로케이션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것은 장기간 지속된 시장침체 때문이었다. 그동안 업계는 DDR 이후의 제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싱글로케이션 제품이었다. 업계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적어도 올해 30만대 이상의 수요가 발생하는 등 가뭄의 단비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부업체는 이미 유통사와 공급계약까지 맺기도 했다.
정부가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시행을 구체화한 것도 업계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정부의 태도가 싹 바뀐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정부 관리들의 태도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개발에 매달려 왔겠느냐”며 태연스럽게 되묻고는 “새로운 음비게법 시행으로 일반게임장에 18세 이용가 게임물이 더 많이(60%) 공급될 수 있게 됐으니 그곳에 개발된 게임을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잘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그 동안 기회가 닿을 때마다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특히 정책은 일관성 있게 처리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불과 10여일을 앞두고 제도의 시행을 연기하는 것이 책임 행정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정책만 믿고 따랐다가 수십억원의 개발비를 날려버린 업계는 또 누구에게 하소연 할 것인가. 정말 답답할 뿐이다.
<문화산업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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