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산업계는 요즘 침울하다. 주력인 D램 업체들은 끊임없는 가격하락에 기진맥진했으며 장비, 부품·소재 업체들은 일감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뿐만 아니라 온 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늘 반복된다. 그렇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불황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뜻밖의 호황 뒤에 찾아온 불황인지라 충격이 크다.
산업계는 도대체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몰라 더욱 불안해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시장이 내년엔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하나 올들어 예측이 잇따라 빗나가 신뢰성을 잃은지 오래다. 회복된다 해도 예전만큼의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불황의 이유는 하나다. 세계 정보기술(IT)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경기 퇴조가 결정적이다. 미국 IT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없다. 잇따른 감세 정책과 금리인하도 수요를 진작시키지 못하고 있다. 연말께 미국 IT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나 본격적인 회복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반도체경기에는 내년에나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혹독한 겨우살이를 앞두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만 힘든 시절을 보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일본은 물론 대만 등 경쟁국들의 업체도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불황을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텔과 같은 일류 업체도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가 맥을 못춘 비메모리반도체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장비·부품·재료 분야도 혼란을 틈타 핵심 분야에 진입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반도체 설계 및 장비 벤처기업이 새로운 시스템IC기술이나 신공정 장비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에서 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문제는 투자 의욕과 준비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아쉽게도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미래에 대해 준비하지 않고 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거나 ‘그냥 먹고 사는데 만족하는’ 업체가 꽤 많다. 지난 2, 3년 사이 호황 또는 상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기술개발보다는 그저 ‘땅장사’나 ‘돈놀이’하는 데 쓰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은 미완인 ‘반도체 신화’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경영자나 엔지니어들을 지치게 만든다. 격려는 커녕 진입 장벽만이 될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반도체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자업체들은 실력있는 설계업체, 장비·재료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반대로 설계업체와 장비부품업체는 세계 어느나라의 소자업체들도 만족시킬 만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반도체산업의 숙원인 장비 재료의 ‘국산화’가 진짜 이뤄진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대표 이윤우)가 주최하고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후원으로 열리는 한국반도체산업대전(SEDEX Korea 2001)이 12일부터 사흘동안 서울 학여울의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와 중소업체들이 정부지원 연구개발(R&D) 자금으로 개발한 신기술 제품들이 한데 모이는 국산화 품평회장이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국산 제품의 구매촉진을 통한 수입대체 제고 효과와 해외 업체와의 구매 상담을 통한 수출 진흥이다.
주최측과 참석자들은 특히 불황기에 열리는 행사라 이러한 기대 효과가 100% 충족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성과못지 않게 이번 행사는 우리 반도체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과 그 해결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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