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텔레매틱스 분야가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께가 되면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내장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위성 라디오, 이동통신 서비스 등의 IT 관련 시장 규모가 약 1000억달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매출액 7500억달러와 비교하면 15%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텔레매틱스 기술을 응용하는 분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비롯해 양방향 게임 등 정보오락 시장, 그리고 자동차의 이상 여부를 자동 확인해주는 각종 원격 안전진단장치 등도 최근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반영, 최근 통신 분야와 자동차 분야의 양대 산맥인 AT&T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텔레매틱스 서비스 개발에 관한 제휴를 체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IT 전문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이들 두 업체의 협력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음은 보고서의 요약이다.
◇AT&T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손잡음
AT&T 무선그룹(AT&T Wireless)과 다임러크라이슬러(DCX) 양사는 지난 8월 8일 개발 제휴를 발표함으로써 텔레매틱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양사는 올해 말 이전에 크라이슬러 차량을 대상으로 한 시험 운전을 거쳐 2002년부터 북미 지역의 DCX 차량에 음성 및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DCX는 크라이슬러,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USA 및 프라이트라이너(Freightliner) 트럭을 포함해 자사가 생산하는 차량에 새로운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AT&T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이번 제휴를 통해 이상적인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을지 세계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 거대 기업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선 AT&T는 미국내 800㎒뿐 아니라 1900㎒ 대역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또 AT&T의 브랜드 인지도는 AT&T 무선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향후 DCX의 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 판매에도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AT&T는 서비스 이용시간이 많을 뿐 아니라 사용자 1인당 평균 매출(ARPU)도 많은 부유층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AT&T 고객들은 비즈니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고급 차량에 먼저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DCX에는 AT&T 무선그룹이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텔레매틱스 업체(벤더)들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고립된 텔레매틱스 시스템보다 고객들이 인터넷 사이트 검색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를 채택할 경우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들을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AT&T는 DCX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다. 사실 이제까지 DCX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에 관해 뚜렷한 비전이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T&T 무선그룹은 차세대 무선 사업과 관련해 일관된 전략과 명확한 비전이 없는 싱귤러(cingular)보다는 텔레매틱스에 비교적 취약한 DCX와의 제휴에 더 큰 관심이 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AT&T는 현재 자사 브랜드 구축에 깊이 몰두해 있는 상황이다. 포드의 경우 자사의 텔레매틱스 사업인 윙케스트(Wingcast) 출시를 위해 스프린트(Sprint) 대신 버라이존(Verizon)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스프린트는 네트워크가 100% 디지털화돼 있고, 수용 범위(커버리지)가 좁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텔레매틱스 사업 성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버라이존은 이미 포드와 제휴를 했고, 스프린트는 커버리지 면에서 부적합했으므로 DCX에는 AT&T가 현실성 있는 유일한 제휴 후보였던 셈이다.
DCX는 텔레매틱스 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후의 미국 생산업체다.
이 회사는 개방형 아키텍처에 기반한 사업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시스템 콘텐츠가 다수의 콘텐츠 공급업체들에 공개될 수 있도록 했다. AT&T는 대형 텔레매틱스 거래에 참여하는 주요 셀룰러 서비스 업체 중 마지막 업체로서 첨단 유망 기술인 텔레매틱스 사업 참여 발표로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AT&T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금융 분석가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광대한 시장 및 지리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양사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에 대해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시장 개척에 있어서도 상호 보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다임러와 크라이슬러는 네온(Neon)과 같은 저가 차량에서부터 세계 최고가 차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등급의 차량을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AT&T는 다양한 계층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내 크라이슬러 경영진들은 현재 부상하고 있는 텔레매틱스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경영진들의 이런 잘못된 판단은 경쟁사들보다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내 소비자들이 텔레매틱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섬에 따라 크라이슬러의 경영진들은 이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하지만 후발 주자로서의 장점은 타사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라이슬러가 주요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차량 구매 주요 고객층과 새로운 텔레매틱스 제품을 연계할 필요가 있으며 서비스에 대한 AT&T의 가격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텔레에이드(TeleAid)라는 응급·노변 지원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과 부품 공급 업체들은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운전자의 주의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재 매우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음성 인식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업무 중에는 전자우편뿐 아니라 스케줄 동기화, 가정이나 사무실 혹은 가정이나 사무실로의 업무 전송, 그리고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은 자동차 업체와 무선 사업자들이 장점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과 콘텐츠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전에 이 같은 사실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텔레매틱스 시장이 장기적으로 위치기반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및 웹 액세스 면에서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장임이 틀림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커버리지, 애플리케이션의 다양성, 콘텐츠 수익 분배 및 전체 가치 사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도 덧붙이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서킷 기술에서 패킷 기술로의 전환과 특히 통신 관점의 사고에서 콘텐츠 서비스로의 사고 전환 때문에 자동차 업체나 무선 사업자 및 콘텐츠 업체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뿐 아니라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벤더들은 무선 사업, 단말기 개발 사이클, 고객 구매 유인책 및 무선 업계의 해지율 상승 등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AT&T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가입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가적인 유통망 개발과 네트워크의 사용 가속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론상으로는 자동차 회사와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간의 제휴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와 AT&T는 고객 보유 문제로 충돌이 예상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마찰도 예상된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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