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9월이 시작되면서 가전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혼수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봄철 혼수시즌 이후 에어컨·선풍기 등 여름철 계절가전만 매출이 소폭 증가했을 뿐 이렇다할 호황을 누리지 못했던 가전 업체들은 이번 시즌을 매출확대의 기회로 보고 나름대로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간 불꽃튀는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유통업체들이 올 가을에 사활을 건 마케팅전을 펼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난 4월에 24년 만의 윤달이 들어 하반기로 결혼을 미룬 커플이 많은데다 올 가을은 유난히 짧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로 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이른 이달부터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국의 결혼 건수는 37만∼40만쌍. 60% 가량이 하반기에 결혼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번 가을에만 대략 22만∼24만쌍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커플당 가전제품에 투자하는 비용이 300만∼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 가을 혼수가전 시장규모는 적게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체 가전시장 규모 6조원의 10∼15%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 가을 혼수가전의 특징은 한마디로 ‘디지털’로 압축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혼수가전 시장의 주요 흐름은 대형화였으나 올해부터는 ‘디지털’이 화두다. 오는 11월부터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데다 디지털 영상·사운드의 결집체인 DVD타이틀 보급 확산으로 디지털TV·DVD플레이어·디지털캠코더 등 고급형 제품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제품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의 가전제품 판매현황을 보면 최근의 예비부부들은 29인치 이상의 완전평면TV와 디지털TV를 주로 구입하고 종전의 VCR 대신에 DVD플레이어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혼수가전의 고급화 경향은 테크노마트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테크노마트는 지난달 17일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예비부부의 혼수가전 소비심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혼수품 가운데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혼수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혼수로 가장 장만하고 싶은 가전제품은 남성의 경우 42.4%가 노트북PC를 꼽았고 여성은 32.8%가 대형냉장고를 택했다. 2위 제품으로 남성은 DVD플레이어(21.8%), 여성은 디지털TV(25.0%)를 선택해 성별에 따라 가전제품 수요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남성은 디지털TV·디지털캠코더·고급오디오 등 정보가전이나 디지털가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여성은 김치냉장고·식기세척기 등 주방용 가전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디지털 제품으로 혼수가전을 장만하자면 비용이 다소 올라간다. 예년에는 평균 소요비용이 300만원 안팎이었으나 올해부터는 4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노마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가전제품 구입비용에 대한 질문에 ‘300만∼400만원대’라고 답한 커플이 전체의 47.2%로 가장 많았고 ‘400만∼500만원대’라고 답한 커플이 36.4%였다.
또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가 혼수관련 소비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선호하는 혼수가전은 300만원대와 500만원대의 패키지 상품이 전체의 66%로 제일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방법으로는 일차로 온라인상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고 오프라인을 통해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가을 혼수용 가전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홈시어터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다. 냉장고의 경우는 이미 580L 이상의 양문여닫이형으로 정착된 지 이미 오래며 김치냉장고가 혼수용 가전으로 새롭게 추가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혼수시즌은 각 업체마다 디지털 가전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각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예비 신혼 부부들을 이끌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격표시제 시행에 따라 판매가격만을 표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가격할인보다는 사은품이나 경품을 증정하는 방법으로 판촉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크로스오버 마케팅’을 펼친다. 기존의 판촉방법과 달리 온라인(http://www.gosamsung.co.kr)상에 ‘e혼수 프라자’를 마련해 결혼을 앞둔 고객 DB를 구축하고 CRM에 바탕을 둔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오프라인 구매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유통업체들은 각 업체의 제품 가운데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가격대별로 묶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패키지상품은 97년 IMF를 맞이하며 인기가 시들해졌으나 최근 디지털 가전의 고가화와 함께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혼수용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과 애프터서비스다. 국내 대기업들의 AS품질은 믿을만 하지만 외산 제품들은 정품인지, 밀수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가격은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인 에누리닷컴(http://www.enuri.com)이나 베스트바이어(http://www.bestbuyer.co.kr) 등을 참조하면 대략의 가격을 파악할 수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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