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 이젠 사고 판다

 양방향전력거래시스템(TWBP MOS) 구축작업이 본격화한다.

 한국전력거래소(이사장 백영기 http://www.kpx.or.kr)는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다음달부터 양방향 전력거래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27일 한 신문에 구매입찰공고를 냈다.

 ◇사업내용 및 추진일정=정부의 전력사업구조개편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발전회사용 전력수요예측시스템, 발전스케줄링시스템, 입찰지원 및 거래대금정산시스템, 입찰의사결정 지원과 포트폴리오관리시스템, 전력거래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구성된다. 전력사업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마치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팔듯이’ 전력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개념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미국 키마(KEMA)컨설팅의 자문을 거쳐 시스템 구축계획을 확정, 다음달 6일 사업설명회를 갖고 오는 10월 18일 제안서를 받아 11월말까지 평가 및 선정작업을 거친 다음 12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사업예산은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사업구조개편 추진계획에 따르면 내년까지 다수의 발전회사가 존재하는 발전경쟁단계, 오는 2003∼2008년까지 다수의 발전회사와 다수의 배전·판매회사가 존재하는 도매경쟁단계, 2009년 이후에는 일반 수용가에게도 전력구매 선택권이 주어지는 소매경쟁단계로 들어가게 되며 TWBP MOS는 이를 위한 근간이다.

 ◇누가 뛰나=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관심도 높고 참여업체들도 광범위하다. 그러나 전력SI사업이라는 특성상 한전의 SI전문 자회사인 한전KDN(대표 정연동)의 수주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한전KDN은 한전의 프리미엄과 전력분야 전문성을 내세워 사업수주를 장담하고 있다. 한전KDN은 이미 TWBP MOS의 전단계인 원가반영 전력거래시스템(CBP MOS)을 전력거래소에 가동중이고 30여명의 전담팀을 꾸려왔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낙원 이사는 “이번 사업은 여느 정보시스템 구축사업과는 달리 전문성이 특히 요구된다”며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삼성SDS(대표 김홍기)와 LGEDS시스템(대표 오해진)은 사업발주 공고후 사업자 선정까지 한달여의 시간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업참여에 대한 면밀한 세부 추진전략을 세워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정보기술(대표 석민수·김선배)과 쌍용정보통신(대표 염정태)은 사업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사업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6개월 정도 주요 외국업체들과 접촉을 갖는 등 사업권 수주를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SKC&C(대표 변재국)와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도 사업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다.

 SKC&C는 이 분야 시장참여가 다소 늦었으나 지금까지 거론된 방식과는 차별화된 방법을 택하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우선 포항제철의 전력시스템 구축경험이 있는 포스콘과 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다.

 ◇외국업체와 컨소시엄이 관건=이번 사업의 관건은 “어떤 외국 솔루션 업체와 제휴하느냐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체 사업예산 중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외국업체에 의존해야 할 부분의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TWBP MOS를 위한 기술보유업체는 세계적으로도 미국·캐나다·유럽 일부에서만 그 적용사례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참가를 추진하는 업체들도 ABB·알스톰-에스카·GE해리스·지멘스 등 주요 기술보유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꾀하고 있다.

 한전KDN은 전력분야 다국적기업인 ABB와 컨소시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ABB와는 이미 오랫동안 협력한 관계이기 때문에 국내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한전KDN은 ABB에 발전자회사 및 기타 관계자들을 파견해 개별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LGEDS시스템은 알스톰-에스카와의 컨소시엄이 유력시된다. 알스톰-에스카는 이미 한전에 전력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SDS·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은 외국업체와 컨소시엄문제를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다만 주요 외국업체 가운데 ABB와 알스톰-에스카가 배제된다면 나머지 4, 5개 업체 가운데 제휴업체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시장에 관심을 보인 외국업체들로는 GE해리스·지멘스·APX·OM테크놀로지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의 세마, 일본의 미쓰비시 등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KC&C는 하드웨어를 동반한 패키지방식의 다른 솔루션과는 달리 소프트웨어 중심 방식의 채택 여부를 두고 고민중이다.

 김성학 한국전력거래소 설계처장은 “기능의 부합여부, 국내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이번 사업에서 우려되는 가장 큰 문제는 ‘아직 누구도 이런 분야에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TWBP MOS의 적용사례는 극히 드물며 아시아에서는 사실상 처음이다. 전력사업구조 개편이라는 국가적인 시책에 따라 추진되지만 행여나 단계별 추진계획에만 얽매여 외국업체들에 국내시장만 내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업을 준비하는 SI업체들은 사업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만 세워놓고 있을 뿐 전문가나 기술의 확보면에서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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